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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일본이 외국인 입국 규제를 완화한 올 3월 초 함께 일했던 학생으로부터 출국 인사 전화를 받았다. 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본 취업을 준비했던 외국어대 일본학과 졸업생이다. 지난해 아마존재팬에 합격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1년을 기다린 끝에 입사했다. 지난 2년간 필자와 근무했던 5명의 취업 준비생(취준생) 가운데 2명이 현재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취준생들은 일본어는 물론 영어를 아주 잘했다. 게다가 컴퓨터 활용 능력도 뛰어났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 젊은이들의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으로의 진출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문과 전공 학생들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일본 취업 시장, 구직자 우위 

코로나19 시대에도 일본 취업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올 3월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90%를 넘는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대도 취업률에 큰 차이가 없다. 어학에 특화된 도쿄 간다외국어대학은 금년 졸업자 대부분이 취업했다.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대학 관계자는 “기업들이 데이터사이언스, 응용공학을 전공한 학생을 선호하는 추세이긴 하다”면서도 “문과생들도 취업 희망자들은 졸업 1년 전에 거의 입사가 확정된다”고 밝혔다.

공식 통계상으로도 일본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 우위가 확인된다.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 4월 기준)은 1.23을 기록, 올 들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 지표는 일자리를 찾는 1인에 대해 기업 측에서 몇 명을 구인하는지를 나타낸다. 1인당 1.2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 업종에서 구인이 늘어나는 등 취업 시장에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분석이다.

일본 경제가 20여 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는데도 일자리가 충분한 것은 이유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이어져 젊은 노동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든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대기업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안정적으로 평생 일할 수 있는 중소·중견 기업이 전국적으로 많다. 한국 대기업과 비교해 기대만큼 임금이 많지 않은 건 감안해야 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20% 정도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에게 일본 시장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취업 시장은 업종별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코로나19 시대의 채용자 축소 추세는 지난해 바닥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도 취업 시장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한다.


문과 남녀, 종합상사·금융기관 인기…이토추상사 1위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가 국립과 사립대학 3학년 재학생 5377명을 대상으로 취업 기업의 인기 랭킹을 조사했다. 취업이 내정된 재학생의 비율(3월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3년째를 맞아 기업과 학생 모두 비대면 온라인을 통한 응시와 면접이 크게 늘어났다. 덕분에 취준생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기업 정보를 얻는 게 가능해졌다. 

취준생들은 실적이 좋고, 지명도가 높은 기업을 선호했다. 문과생 남자에게 가장 인기 높은 기업은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로, 3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미쓰비시상사(三菱商事) 2위, 미쓰이물산(三井物産) 3위, 마루베니(丸紅) 6위, 스미토모상사(住友商事) 9위 등 종합상사 5개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상사는 사업 영역이 넓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꼽혔다.

이토추상사는 자원은 물론 식료품과 소비 등 비자원 분야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인턴십 4일(이토추의 비즈니스 본질 이해와 취준생들의 성장을 위한 연수)’, 올 2월에 ‘1일 커리어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인턴십 기회를 제공 중이다. 미쓰비시상사는 실적과 함께 브랜드 파워가 강점이다. 정부가 탈탄소 사회를 목표로 실시한 해상풍력발전 입찰에서 세 개 프로젝트 모두를 따냈다. 미쓰이물산은 올 2월부터 매주 라이브형 웹세미나 ‘MBK Thursday Channel’을 운영, 취준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형 금융기관의 인기도 높다.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4위),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5위), 손해보험재팬(10위) 등 3대 보험회사가 10위권에 포함됐다. 증권 업계에서는 실적이 좋은 다이와증권(大和証券)그룹이 7위를 차지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8위를 기록, 상위 10위권에 금융기관 5개 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과 인기 1위, 남자 미쓰비시상사·여자 모리빌딩

이과 남자 부문에선 미쓰비시상사가 2년 만에 선두로 복귀했다. 미쓰이물산(2위), 이토추상사(3위), 스미토모상사(5위), 마루베니(6위) 등 종합상사 5개가 10위권에 들어갔다. 미쓰비시상사는 신입사원 5명 중 1명, 이토추상사도 4명 중 1명꼴로 이과 전공자를 채용한다. 이과 출신 선배 사원들이 인턴십과 채용 홍보 활동을 통해 후배들을 적극 유치한 결과다. 

미쓰비시상사는 취준생을 지원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MC Web Seminar 이과편’을 제공 중이다. 학생들이 비즈니스에 전공을 살리는 방법과 이과학부나 대학원을 졸업한 선배 사원들의 경험담 등을 전해준다. 미쓰이물산은 이과 출신 사원들의 전공과 취업, 업무 경험담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모리빌딩이 8위에서 4위로, 미쓰비시지소는 21위에서 8위로, 미쓰이부동산은 18위에서 9위로 오르는 등 부동산 회사의 인기도 올라갔다. 전기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전통 제조 대기업은 순위가 떨어졌다. 히타치제작소가 12위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나빠진 운수 업체도 부진했다. 동일본여객철도(JR동일본) 17위, 동해여객철도(JR동해) 19위였다. 


합격 당락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일본 취업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일본 기업들의 신입사원 입사식은 전국적으로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4월 1일 열린다. 대다수 기업은 입사 1년 전부터 대학 4학년과 취준생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 

기업들은 올 3월부터 2023년도 채용 설명회를 시작했다. 대개 4, 5월에 서류 전형, 6, 7월까지 최종 면접을 마무리한다. 3월 하순부터 합동 기업 설명회가 열리기 시작한다. 회사의 채용 담당자나 동문 선배들이 각 대학을 방문해 입사 설명회를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기업에 응시하는 취준생들은 1·2차 면접은 국내에서, 최종 면접은 일본 본사에 가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다.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사원을 뽑는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실무 면접에서 합격의 당락이 갈린다. 자신을 소개하는 이력서 쓰기가 입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하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작성에 앞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과 응시 대상 기업 연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에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지원 동기’ ‘자기소개’ ‘대학생 때 노력한 분야’ 등이다. 지원 대상 기업의 특성이나 인재상을 염두에 두고 서류 작성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