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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국제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각국 장바구니 물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로 전 세계가 모두 신음하고 있지만, 특히 신흥국의 장바구니 사정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코노미조선’은 농·축·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Tridge)’로부터 자료를 받아 선진국과 신흥국 간 애그플레이션을 살펴봤다.

6월 27일 트릿지가 전 세계 65개국 주요 농산물 시장의 최근 1년간 도매 시장 가격을 분석한 결과, 주요 신흥국의 채소와 과일 도매 가격이 선진국보다 더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채소류의 경우 신흥국 35개국 중 24개국의 가격이 10% 이상 올랐지만, 선진국은 30개국 중 15개국만 10% 이상 올랐다. 과일류는 신흥국 35개국 중 21개국의 가격이 10% 이상 오른 반면 선진국은 30개국 중 12개국만 10% 이상 올랐다.

품목별로, 채소류 도매 시장 가격은 튀르키예(옛 터키)가 전년 동기 대비 101.21%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다음은 우즈베키스탄(96.99%), 타지키스탄(95.92%), 콜롬비아(87.45%) 순이었다. 이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홍콩(40.30%), 한국(32.56%), 스페인(27.95%)보다 두세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10.99%)와 영국(6.35%), 프랑스(5.97%)는 10% 미만 상승 폭을 기록했으며, 캐나다(-0.49%)는 오히려 감소했다.

과일류의 경우 튀르키예의 도매 시장 가격 상승률이 96.74%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우크라이나(71.68%), 아르헨티나(71.18%), 이란(68.62%), 인도(67.60%)가 그 뒤를 이었다. 선진국으로 분류된 독일(22.80%), 홍콩(20.67%)보다 세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9.54%를 기록해 10% 미만 상승 폭을 나타냈다. 캐나다(1.68%)와 프랑스(1.59%) 상승 폭은 2% 이하였다.

신흥국과 선진국 간 식품 물가 상승률 격차가 벌어지는 주된 요인은 환율 효과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 위기로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튀르키예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떨어졌고, 인도 역시 6월 28일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하락했다. 농산물 해외 수입 비중이 큰 일부 신흥국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요인까지 겹쳐 수입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신흥국이 사료, 비료, 농기자재 등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해외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점도 영향을 줬다. 국제 시장에서 비료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