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있는 유럽 최대의 민간 산업단지 훽스트 전경. 사진 AP연합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있는 유럽 최대의 민간 산업단지 훽스트 전경. 사진 AP연합

독일의 친러·친중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일까.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이자 세계 3위 무역대국인 독일이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이후 처음으로 31년 만에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마비, 환율 불안 등으로 인해 탄탄하던 독일 무역수지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저렴했던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은 과거와 달리 급등하고 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인해 큰손이었던 중국으로의 수출 실적마저 부진하면서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7월 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독일은 수출 규모가 전월 대비 0.5% 줄어든 1258억유로(173조6040억원), 수입은 2.7% 증가한 1267억유로(174조8460억원)를 기록해 약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 규모의 무역 적자를 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이 월간으로 무역 적자를 낸 것은 1991년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제재,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등으로 인해 수출 중심 경제인 독일의 무역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불안의 조짐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작됐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4%를 러시아에 의존한다(2020년 기준). 여기에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독일산 제품의 수출 길이 막히면서 문제가 커졌다. 지난 5월 독일의 대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54.5% 늘어난 반면 수출액은 같은 기간 29.8% 줄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여파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5월 기준 독일의 대중 수입액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전인 올 1월 대비 35% 증가했지만, 수출액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컨설팅업체 판테온거시경제연구소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FT에 “독일의 무역수지 악화를 상쇄할 수출의 반등 기미가 없어 무역 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스텐 브제스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에 감소하고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유럽 경기침체 공포를 자극해 유로화 가치를 20년만의 최저치로 끌어내리고 있다. 7월 5일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0281달러로 200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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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포인트 1

한국 14년 만의 3달 연속 무역 적자
28년 만의 두 달 연속 對中 무역 적자

올해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가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무역 적자→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수입 물가 상승→적자 폭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3억달러(약 13조5857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6% 증가한 3503억달러(약 462조467억원)를 기록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의 여파로 수입액이 같은 기간에 26.2% 증가한 3606억달러(약 475조6314억원)로 불어났다. 

무역 적자 규모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상반기(-91억6000만달러),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상반기(-64억달러) 기록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월별로 보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석 달(4~6월) 연속 적자 기록이다.

특히 그동안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외화벌이 시장이었던 중국에서도 지난 5월(-10억9900만달러)에 이어 6월(-12억1400만달러)까지 두 달 연속 적자를 냈다. 6월 대중 수출은 129억6600만달러(17조1021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한 반면, 대중 수입은 24.1% 급증한 141억8000만달러(18조7034억원)에 달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4년 8월 이후 약 28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약세면 수출이 증대돼야 하는데,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봉쇄 여파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급증 탓에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무역 적자는 무역·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의 악화로 이어지는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수입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우려도 있다. 지난 5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53.74(2015=100)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올랐다. 이 영향으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5.4%를 기록해 약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결 포인트 2
무역수지 흑자국 1위는 베트남
3년 연속 홍콩 제쳐…中도 하락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낸 국가는 어디일까. 

7월 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5월까지 무역 흑자 155억533만달러(약 20조4500억원)를 기록, 2019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던 홍콩(119억2518만달러)을 뛰어넘어 가장 많은 규모의 흑자를 낸 국가가 됐다. 2018년 1위였던 중국(556억3646만달러)은 2019년 2위, 2020년·2021년 3위에 이어 올해 4위(53억9107만달러)로 밀렸다. 

베트남은 수출액 10억달러(약 1조3100억원) 이상 품목이 22개였으며, 이 가운데 6개 품목은 50억달러(약 6조5900억원)가 넘었다. 이들 22개 폼목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87%를 차지했다. 22개 폼목의 업종별 비중은 제조업이 87%로 대부분이었고, 수산물 2.9%, 에너지 및 광물이 1.3%였다.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357억달러)이었으며 최대 수입 대상국은 중국(371억달러)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역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기준 베트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교역액은 1.2%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석유·가스·밀·옥수수·알루미늄·니켈 등 주요 원자재 수출 국가이기 때문에 베트남 수출업계의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를 통해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망에서 배제되면서 러시아 기업들이 대금을 지불하기 어려워져 러시아와 교역에서 타격을 입은 베트남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