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외곽에 있는 부차에서한 사제가 러시아군에게 살해당한 신원 미상의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외곽에 있는 부차에서한 사제가 러시아군에게 살해당한 신원 미상의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8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년 전 러시아에 뺏긴 크름반도를 이번 전쟁에서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8월 20일 차량 폭발 테러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야만적 범죄이며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용의자로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을 지목했다. 

2월 24일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러시아의 압승으로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반년이 지나도록 종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31주년 ‘독립기념일’인 8월 24일에도 우크라이나 국민은 러시아의 연이은 포격에 시달려야 했다.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 군대가 일주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의 강력한 항전으로 종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승자 없는’ 전쟁의 장기화로 사망자는 불어나고,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8월 21일 기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 수는 1만3477명(사망자 5587명⋅부상자 7890명)에 달한다. 러시아는 자국 병력 손실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군 사망자 수는 최소 1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독일의 연구조사기관인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투입된 비용이 총 3100억달러(약 421조2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개월간 매일 17억2000만달러(약 2조3374억원)의 비용이 전쟁에 투입된 것이다. 

경제 피해는 우크라이나가 더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대비 GDP가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초토화된 경제 복구를 위해 7500억달러(약 1019조25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한국 1년치 예산(약 604조원)의 1.68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쟁으로 피란민(避亂民)도 크게 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1300만 명(8월 21일 기준)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인구(약 4100만 명)의 30%가 넘는 수치다. 

세계 주요 에너지 수출국이자 곡물 공급국인 두 나라의 전쟁은 국제 원유 및 가스 가격과 곡물 가격을 급등시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심화시켰다. 8월 22일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유럽행 가스관을 잠그겠다고 예고하자, 유럽에서 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다. 8월 22일 유럽 천연가스 기준물인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이 전일 대비 13.17% 오르며, 1㎿h당 276.75유로(약 37만8317원)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은 90유로대(약 12만원대)에 불과했지만, 개전 반년 만에 세 배 이상 오른 것이다. 곡물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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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