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6일 오전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인민대회당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6일 오전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인민대회당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

10월 16일(이하 현지시각)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개막한 가운데 당 총서기 3연임이 확실시된 시점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업무 보고를 통해 밝힌 내용으로 미·중간 체제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외부적으로는 반미(反美)와 국력 강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1인 통치 체제와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심화를 예고했다. 특히 시 주석의 주요 어젠다였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경제 정책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회주의로의 회귀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 50회로 가장 많이 언급

시 주석은 이날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9기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업무 보고를 하며 약 1시간 44분 동안 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안보·안전(89회)에 대한 언급을 가장 많이 했다. 지난 2017년 제19차 당 대회(55회)보다 34회 증가했다.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안보가 정치 및 외교는 물론 경제까지 영향을 주는 변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28회), 투쟁(17회), 개혁(16회) 등도 여러 번 강조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시 주석은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구축 △사회주의 기본 경제 제도 견지·보완 △공유제 경제 발전 △민영 경제 장려·지원·지도 등의 추진을 거론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식 현대화’를 다섯 번 강조하며 “거대한 인구 규모의 현대화이고,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이자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이며 인민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평화적 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중국식 현대화는 시 주석이 작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를 시작으로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새 구호로, 관영 매체 등은 이 의미를 전하느라 바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이제 남 따라 안 하고(개혁·개방 안 하고) ‘우리 길을 간다’는 선언이었다면, 중국식 현대화는 ‘세상에는 우리 길도 있다’ ‘서방의 길보다 우리 길이 좋다’는 얘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이 내세우는 서방의 가치 체제와 경쟁 심화를 예고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이날 네 번 언급한 공동부유는 지난해 8월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이 처음 언급한 단어로, 당시 시 주석은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밝혔었다. 이후 중국 내 알리바바 등 빅테크의 독점 단속이 심화했고 부동산 개발 기업의 부당 이득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대만 통일 위한 무력 사용 포기 안 해 

시 주석은 이날 업무 보고에서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내보였다. 시 주석은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으나 무력 사용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월 16일 오전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월 16일 오전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中 공산당 지도부 대거 물갈이

외신에서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폐막 이후 공개될 공산당 차기 지도부가 큰 폭으로 물갈이될 것으로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18일 “시 주석이 전례 없는 3연임을 위해 자신을 지지할 새로운 팀을 구축하면서 예상보다 큰 폭의 지도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최대 네 명이 교체되고 중앙위원도 거의 절반이 교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개편 결과는 23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총서기를 선출하면서 공개됐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은 시 주석을 포함해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 부총리 등 7명이다.

SCMP는 이 중 “리잔수 위원장과 한정 부총리가 최고지도부 연령 제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며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에 따라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총리 임기 2회 제한에 따라 총리직에서 내려오는 리커창 총리도 이번에 완전히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날 대만연합보는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서기, 후춘화 부총리가 새 지도부로 진입하고 후춘화와 함께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의 왕양 정협 주석이 총리로, 리커창은 전인대 위원장으로, 자오러지 서기는 정협 주석으로 옮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결 포인트 2

외신 “시진핑 3기, 국유기업 역할 강조 ‘국진민퇴(國進民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국유기업 역할을 강조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10월 17일 시 주석의 당대회 업무보고 연설 내용을 토대로 민간의 역할보다는 사회주의와 공공 분야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2시간 가까운 연설에서 ‘시장’ 관련 언급은 세 차례에 그쳤다”며 “시 주석이 업무보고 연설에서 경제 개방의 중요성에 대한 립서비스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신 시 주석은 국가 안보와 반부패를 강조하고 우주비행, 슈퍼컴퓨터 등 국가적 프로젝트의 성과를 부각했으며 사회주의와 공공 부문을 위한 더 큰 역할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 공산당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국유 자본·기업의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자원 배분에서 시장이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혁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WSJ는 “최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는 강력한 중앙 통제에 기반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측면이 크다”며 “시 주석의 야심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18일로 예정됐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발표 일정을 별다른 설명 없이 연기했다. 이미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은 0.4%(전년 동기 대비)로,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5.5%)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고, 세계은행(WB)도 2.8%로 전망해 30년 만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평균치(5.3%)보다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