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연합뉴스

“애플이 트위터 광고를 대부분 끊었다. 애플은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싫어하는 것인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애플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연달아 글을 올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퇴출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와 관련해 아무런 설명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전 세계 15억 명의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는 서비스다.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할 경우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 기존 가입자 유지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팀 쿡 애플 CEO의 트위터 계정까지 직접 태그한 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애플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머스크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올해 10월 440억달러(약 58조7840억원)에 인수한 트위터의 최대 광고주 중 한 곳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에만 4000만달러(약 534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트위터에 광고비로 지출했다. 애플이 SNS에 지출하는 광고비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부터 애플은 트위터에 집행한 광고비를 줄이고 있다. 광고 시장 조사 업체 패스매틱스에 따르면 애플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10월 16~22일 22만800달러(약 2억9499만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는데, 11월 10~16일에 지출한 광고비(13만1600달러)는 이보다 40% 줄었다.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발생하는 트위터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사실 트위터는 애플뿐 아니라 이미 다른 광고주들의 이탈로 홍역을 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위터의 기존 대형 광고주 3분의 1 이상이 머스크의 인수 이후 광고를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이 복원된 데 이어, 콘텐츠 관리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상당수 해고되면서 가짜뉴스와 혐오 게시물이 범람할 것이란 우려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역시 이 같은 이유로 트위터 광고비를 삭감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머스크와 애플의 갈등 요소는 더 있다. 앱스토어가 앱 개발사에 이용자의 결제 금액 15~30%를 징수하는 ‘앱 내 결제’ 수수료다.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추진하는 머스크 입장에선 구독료로 벌어들이는 매출의 최대 30%를 애플에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머스크는 애플에 앱 내 결제 수수료를 지불하느니 차라리 애플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그는 트위터에 ‘일론(Elon)’이라고 쓰인 차가 ‘30% 지불(pay)’과 ‘전쟁 개시(go to war)’가 적힌 교통표지판 아래에서 전쟁 개시 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이미지를 게시했다.

테슬라폰으로 이슈된‘모델 파이’ 렌더링 이미지. 사진 ADR
테슬라폰으로 이슈된‘모델 파이’ 렌더링 이미지. 사진 ADR

연결 포인트 1
아마존처럼 테슬라폰 출시하나
머스크 “선택지 없다면 만들 수도”

머스크와 애플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그가 독자적인 스마트폰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11월 26일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인 리즈 휠러가 트위터에 “만약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쫓아내면, 머스크는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대안 스마트폰을 만들 수도 있다”고 답했다.

머스크가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과거 테슬라폰으로 회자됐던 ‘모델 파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델파이는 2021년 말 한 디자인 전문 업체가 렌더링 사진과 유튜브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 스마트폰은 테슬라 차량 제어는 물론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기술이 적용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비(非)스마트폰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출시한 사례는 있다. 2014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내놓은 ‘파이어 폰(Fire Phone)’이다. 아마존 고객들이 인터넷 쇼핑에 손쉽게 접근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아마존은 파이어 폰 출시 1년 만에 사업을 접었고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아마존은 파이어 폰 사업으로 한 분기에만 1억7000만달러(약 2271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메타도 애플과 수수료 갈등
수익성 악화 메타 “애플, 선 넘었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애플과 광고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애플이 지난 10월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메타와 같은 회사들이 앱스토어에서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앱 광고 이익을 얻을 경우 이를 앱 내 구매로 간주해 30%의 수수료를 애플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메타는 애플이 앱 내 결제뿐 아니라 자사의 광고 수익까지 넘보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메타 대변인은 CNBC와 인터뷰에서 “애플은 디지털 경제에서 다른 회사들을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자사의 사업만을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타 역시 트위터처럼 광고 수입이 회사 이익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애플의 이 같은 조치는 메타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애플은 앞서 2021년 4월에도 아이폰 사용자의 개별 승인 없는 개인정보 추적을 차단하는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을 새 운영체제(OS)에 적용해 메타와 갈등을 빚었다. 메타처럼 SNS 기반의 기업은 앱 사용자의 활동 기록을 바탕으로 관심사나 취향 등을 반영한 표적 광고를 노출하는데, ATT 기능은 이러한 맞춤형 광고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이를 두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애플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페이스북과 다른 앱들에 훼방을 놓아 얻는 이익이 많다”고 비판했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