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울프딜로이트 투쉬 토머츠 리미티드 글로벌이코노미스트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 컬럼비아대 경제정책 석사
마이클 울프딜로이트 투쉬 토머츠 리미티드 글로벌이코노미스트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 컬럼비아대 경제정책 석사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미·중 무역전쟁,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다수의 충격이 발생한 뒤, 세계화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수백만 명의 인구를 기아에서 해방시켜 준 세계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물가가 높게 상승하고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려지는 탈세계화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탈세계화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지 않을 것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다.


아이라 칼리시딜로이트 투쉬 토머츠리미티드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아이라 칼리시딜로이트 투쉬 토머츠리미티드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탈세계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탈세계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은 명목 기준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상품 무역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그림 1>. 얼핏 탈세계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로 보이지만, 이는 핵심을 놓친 데이터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세계 GDP 대비 상품 무역 비중이 감소한 주요 원인은 2000년대 초 가격 급등락을 보였던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다. 원자재는 GDP보다는 세계 무역에서 더욱 영향력이 크므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하면, 교역 상품의 평균 가격이 생산된 모든 재화 및 서비스(즉 GDP)의 평균 가격보다 빠르게 상승 혹은 하락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실질 GDP 대비 실질 상품 무역 비중은 감소하지 않았다<그림 2>. 금융 위기 이후 무역 비중이 더 증가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부분적으로는 세계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20%)을 차지하는 동식물, 광물, 연료 등이 정수(定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의 분포 양상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 한, 이를 국내 조달하거나 제3의 공급원을 찾기는 어렵다. 


과거 무역 충격, 탈세계화·‘니어쇼어링’ 촉발 안 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을 강타한 두 가지 무역 충격 사례를 살펴보면 탈세계화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미국 수입 내 중국산 비중은 미·중 무역전쟁 시작 후 3.8%포인트 줄었으나, 전체 수입 규모는 줄지 않았다. 미국 실질 GDP 대비 실질 수입 규모는 미·중 무역전쟁 시작 후 계속 증가해, 수입 의존도가 오히려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여파로 일본을 오가는 공급망이 붕괴됐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분석 결과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제조 상품의 경우 국제화가 강화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망이 길어질수록 차질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니어쇼어링(nearshoring·근거리 조달)’이 활발해질 것이라 본다. 하지만 앞서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일본을 우회하는 경로를 택한 공급 업체들이 있었으나 수입국과 거리는 여전히 멀었다. 특히 컴퓨터 부품 등 일부 품목의 경우에는 오히려 공급망 길이가 늘어났다. 미·중 무역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인근 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산 부품 수입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대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부품 수입 비중이 3.1%포인트 늘어, 줄어든 중국산 수입품의 약 80%를 충당했다. 또한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가 극심해지는 만큼, 세계 어느 지역의 공급망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따라서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지역이라도 한 지역에 생산 시설을 집중하는 것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공급망 중복성 점진적 추가로 대응해야

세계화가 과거 같은 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앞으로 공급망은 당면 위험과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는 데 드는 상대적 비용, 정부 정책 등의 영향을 받으며 진화할 것이다.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긴장, 팬데믹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험들은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공급망 중복성(redundancy)을 추가하는 것이다. 공급원을 바꿀 때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복성은 점증적인 방식으로 구축될 것이다. 고위험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구축한 생산 시설을 폐쇄해 큰 손해를 보는 대신, 추가 생산 능력이 필요해지면 저위험 지역에 생산 시설을 추가하는 식으로 공급망 중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중복성을 늘리는 데 드는 초기 비용을 인건비와 세금 등 변동 비용 감소로 상쇄할 수도 있다. 노동 집약적 제조 업체가 최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중국에서 이탈해 미국이 아닌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는 추세가 대표적인 예다. 공급망의 변화는 느리고 점진적이어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생산성 측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중간소득 국가에서 저소득 국가로 이전하면, 중간소득 국가는 발전 단계에 맞는 경제 활동에 집중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고, 저소득 국가는 제조업 역량과 함께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정부 정책이 세계화의 양상을 바꿀 잠재력이 있기는 하다. 이미 수많은 국가의 정부가 주로 리쇼어링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자국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유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팬데믹을 계기로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리쇼어링 또는 니어쇼어링 보조금을 지원했음에도 중국 의존도를 끊어내지 못했다. 역외까지 적용되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정책 등 보조금보다 더욱 막강한 정책은 공급망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미국 수출 통제의 대상이 되는 품목의 공급망은 미국의 우방 중심으로 형성되는 ‘깐부쇼어링’, 즉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생산 기지 우방국 이전)’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나 제한 정책은 정부 지출이 막대하고 국내 기업들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전체 품목으로 확대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 무역은 지속될 듯⋯탈세계화 과잉 반응 말아야 

과거 사례 연구와 비용·편익 분석 결과, 탈세계화는 임박하지 않았으며, 국제 무역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교역은 끊임없는 변화를 거치고 쉴 새 없이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공급망에 변화를 줄 때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탈세계화 경고 신호에 과잉 반응하면, 공급망 혼란이 별로 없는 저비용 지역에 남은 경쟁 기업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 생산 능력이 증가할 때 새로운 공급 업체를 찾는 식의 점진적 중복성 추가 방식이 안전하다. 공급망의 작은 부분을 이동하는 것이 미래 변화에 대한 시험 사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건비와 규제 부담, 인프라 결함 등과 결부된 예기치 못한 비용을 억제할 수 있다.

공급원이나 공급 지역을 변경하면 초기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 맞춤형 부품의 수를 줄이면 조달이 유연해지고 결국 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 모든 투입 부품에 중복성을 추가할 필요는 없으며, 무역 충격의 위험이 가장 크거나 가장 중요한 부품에 중복성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공급망에 상당한 물리적 중복성을 구축했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공급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면, 차질이 발생했을 때 가시성과 응답 시간이 향상된다. 또한 공급 과잉이나 운송 차질이 대규모 사태가 되기 전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단순히 혼란을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예측적 분석을 통해 공급망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다.

마이클 울프, 아이라 칼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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