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마비’로도 불리는 말초성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벨마비’로도 불리는 말초성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다. 기온 차가 큰 탓에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이때 불쑥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 중 하나가 바로 말초성 안면마비다. 안면마비의 대표 증상인 ‘구안와사(口眼喎斜)’는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입과 눈이 한쪽으로 삐뚤어짐’이라는 뜻이다. 즉 한쪽 얼굴 근육이 갑자기 마비돼 뜻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 안면 비대칭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벨마비’로도 불리는 말초성 안면마비는 지금까지 불명의 원인에 의해 급성으로 발생하는 ‘한쪽 안면 근육 마비’로 정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다수의 경우 제1형 단순 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zoster virus type 1)가 얼굴의 근육을 지배하는 안면 신경을 침범하여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염증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구안와사가 발생하면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 또, 코 주위 근육이 수축되지 않고 팔자주름이 옅어져 입 주위 근육이 늘어지게 된다. 마비 이외 동반 증상으로는 침범한 병변 부위에 따라 귀 뒤의 통증, 미각 저하, 눈물 분비 장애, 청각과민 등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말초성 안면마비의 발병 여부는 전문 의사의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진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으로 인한 중추성 안면마비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명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뇌 MRI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신경 손상 정도 평가를 통한 예후 판정을 위해서 근전도·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한다.

한의학적으로 말초성 안면마비는 풍한(風寒)이 안면경락에 침습해 발병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기혈순환 장애를 개선하는 침 요법(일반 침 요법, 전기침 요법, 피내침 요법 등)이 가장 우선시된다. 이러한 침 요법은 항염, 면역 조절, 신경 장애 개선 등에 효과가 아주 좋다.

또한 손상된 안면 신경의 회복을 돕는 봉독약침요법과 따뜻한 기운을 경락에 넣어주어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뜸 요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환자의 체질과 발병 원인에 따라 한약물 요법도 함께 이뤄진다. 이러한 침 관련 요법과 한약물 요법은 염증과 신경부종을 가라앉히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증상 호전에 좋은 영향을 준다.

더불어 환자의 증상 정도와 호전 상태에 따라 안면 침 요법, 매선 요법 등이 추가로 적용될 수 있으며, 환자가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안면 표정 운동, 쑥찜팩 마사지, 인공 눈물 및 안대를 적용한 각막 보호 등도 치료에 도움을 주므로 권장되고 있다. 평소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구안와사는 세수나 식사 등 일상생활 속에서 증상을 인지하는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시기를 놓쳐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경우, 육체적 고통은 물론 대인기피증 등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해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 강중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중풍 뇌질환센터 진료교수, 대한침구의학회 보험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