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비전을 통해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론 머스크. 생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DNA에 강한 자존감이 있을 것 같다.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스페이스엑스에도 자존감 DNA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 블룸버그
꿈을 꾸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비전을 통해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론 머스크. 생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DNA에 강한 자존감이 있을 것 같다.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스페이스엑스에도 자존감 DNA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 블룸버그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하기 전 외국계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당시 한 산업 분야에서 2등을 하는 회사의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그 회사는 ‘1위 업체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의사결정을 할 때 꼭 필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 회사 화장실에는 ‘우리 임직원이 자사 제품 대신 경쟁사의 제품을 사면 되겠느냐’는 호소에 가까운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있기도 했다. 임직원에게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앞서가고 있는 회사의 동향을 파악해서 쫓아가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며 타사 동향을 신경 쓰지 않고 신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하던 또 다른 업계의 선도 업체인 고객사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오랜 시간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았다.

당시 일화를 통해 떠올린 키워드는 ‘기업의 자존감’이었다. 자존감이 높은 기업이란 어떤 모습일까? 외부의 눈치를 안 보고 소신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내적 신뢰’가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도 된다’는 안정감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합할 때 비로소 기업의 자존감이 완성된다. 또한, 의사결정에서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추구하는 가치관이 명확할 때 자존감 높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세웠던 경영 계획대로 올해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기업의 자존감이 더 중요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누군가의 사업 모델을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 먼저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사업 전략과 실행력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은 회사는 신사업을 적시에 제대로 추진해내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신사업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할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치고 나가지 못한다. 이 시대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혁신의 첨병이 되는 것이다. 이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혁신적인 시도를 할 내적 강인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바탕이 되는 기업의 자존감이 중요하다.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꿈꾸는 미국의 스페이스엑스(SpaceX)라는 회사를 처음 보았을 때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꿈 같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꿈을 꾸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비전을 통해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론 머스크라는 창업가에게 매료되었다. 생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DNA에는 강한 자존감이 있을 것 같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스페이스엑스에도 자존감 DNA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자존감이 높으면 좋은 점이 또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솔직하게 자신의 어려움과 부족한 점을 오픈하고 불필요한 자존심을 세우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편하다. 이처럼 기업 간 대화에도 자존감 높은 기업의 DNA는 큰 장점이 된다.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열린 사고방식으로 사업에 접근하기 때문에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가 더 많다. 여러 분야에서 이종 산업 간의 결합과 제휴가 일어나는 이 시점에 누가 산업 생태계의 허브(hub) 역할을 하며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는 기업의 자존감 DNA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기업은 어떠할까? 회사가 추구하는 장기 레이스에 대한 확신 없이 막연히 단기 성과만 좇거나, 다른 회사의 좋아 보이는 사례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회사에서 기업의 자존감 DNA를 느끼기 어렵다. 좋은 사례를 참고하는 벤치마킹은 필요하지만, 결국 그것은 참고자료일 뿐 줏대와 자신의 방향성과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높은 기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우선 해당 기업만의 특별함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문화를 가져와 뒤섞은 기업인지, 아니면 그 기업만의 진한 채취가 묻어나는 문화를 가졌는지에 따라 느껴지는 자존감 DNA는 다르다. 그 기업의 사업 발자취와 향후 비전을 볼 때 추구하는 가치에 특별한 색깔이 있다면, 또 큰 우려 속에서도 묵묵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뚝심이 있다면 그것 역시 강한 자존감 DNA의 방증일 것이다.


패배 의식을 떨쳐내야

끝으로 자존감 높은 회사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우선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동료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에 더해 일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쌓이는 패배 의식을 떨쳐내는 것이다. 하는 일이 잘 진행되면 조직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성공의 사이클을 반복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적 시도 대부분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중요한 것은 시도 과정이 실패로 인식되기보다 성공으로 나아가는 학습 과정으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놓고 성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즉, 시도와 학습의 사이클이 잘 동작한 것을 성공으로 정의한다면 일반적으로 실패로 느껴질 법한 과정도 조직의 성공 DNA를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자녀 양육에 대해 고민한 결과, 양육의 핵심은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동료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학습하고 다시 나아가게 하는 양육 방식이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준다고 했다. 조직 내 구성원의 자존감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회사도 지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일하는 사람의 명함 관리를 돕는 서비스부터 시작해 현재는 커리어 관리와 채용을 돕는 서비스, 지식 교류와 네트워킹을 돕는 서비스 등으로 확장해나가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 누구도 앞서 보여주지 않은 길을 나아가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나가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시도도 많았고 마음먹은 것처럼 성과가 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동료가 패배 의식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이 세상에 제공한 가치만 생각해봐도 패배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비즈니스맨을 하나의 서비스로 모이게 한 회사가 필자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택한 접근 방식에서 회사만의 진한 향기가 난다. 이 과정이 성공으로 가고 있는 시도와 학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패배 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다. 회사의 올해 하반기 목표 아래 진행하는 다양한 시도를 살펴보면 좋은 신호가 많다.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우리의 강한 내적 신뢰가 다시금 꿈틀댄다.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라고 믿는 조직적 신뢰, 그것이 바로 기업의 자존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