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아픈 지 어느덧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1억 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각 나라는 각자의 실정에 맞는 상처 회복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국도 소상공인들에게 이미 지급한 재난지원금 외에 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 심해진 빈부격차 문제 해결과 소외당하는 계층에 대한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국무원(중앙정부) 사무처는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둔 2021년 1월 ‘어려운 군중의 기본생활 보장을 더 잘하기 위한 관련 업무에 관한 통지(关于进一步做好困难群众基本生活保障有关工作的通知)’를 발표했다. 이 통지는 춘절을 앞두고 생계 곤란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으로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고, 식량 보급에 관한 성장(省長) 책임제, ‘채남자(菜篮子)’ 물가에 관한 시장(市長) 책임제, 쌀·밀가루·기름·채소·육류·계란·우유 등 생활 물자의 생산과 운반, 가격 안정을 주된 목표로 한다.

중국 정부가 매년 명절 때면 강조하는 게 ‘채남자 물가 안정’이다. ‘채남자’를 직역하면 채소가 들어 있는 바구니, 즉 장바구니다. 채남자 물가는 장바구니 물가다. 중국에는 물가에 관한 법률로 ‘가격법(價格法)’이라는 게 있다. 가격법 제26조는 시장 가격의 전체적인 수준을 안정화하는 것이 거시경제 정책의 중요한 목표라고 선언하고, 국가는 국민 경제 발전의 필요와 사회의 수용 능력에 따라 시장 가격의 전체적인 조정 목표를 확정해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 계획에 포함하며, 화폐·재정·투자·수출입 등에서의 정책과 조치를 종합해 가격 안정화를 실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같은 법 제33조는 현급 이상의 각급 인민 정부의 가격주무부서는 가격에 대한 감독을 하고,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 처벌을 하도록 규정해 가격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 최근 중국은 비대해진 플랫폼 경제에 대한 감독·관리와 통제 기조가 강하게 나타나는 상황인데, 2020년 12월 24일 자로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 세 군데에 가격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정가를 기존보다 높게 표시해 놓고 할인 행사를 했거나, 표시한 가격을 근거 없이 모든 사이트에서 가장 싸다고 광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말에 ‘집 나가면 필요한 일곱 가지 물건(开门七件事)’이라는 표현이 있다. 땔감, 쌀, 기름, 소금, 간장, 식초, 차(茶)가 그것이다.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세계 경제를 덮친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중 중국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적이라는 생경한 뉴스보다 서민에게는 장바구니에 담는 일곱 가지 물건의 가격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성장과 안정의 결과물이다. 춘절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노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