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최근 중국 산둥성 정부는 산둥성의 응급관리청 등 9개 부서가 공동으로 제정한 ‘산둥성 안전생산신고장려방법(山東省安全生產舉報獎勵辦法)’을 반포했다. 이 방법은 총 295개 항목에 이르는 신고(舉報·거보) 장려금을 규정한다. 어떤 사항을 누구에게 신고할지와 장려금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지급되는 장려금 중 가장 고액인 50만위안(약 8500만원)에 해당하는 항목도 19개에 이른다. 예를 들어 민간용 폭발물 생산 기업의 정원, 생산량, 작업 시간 초과 행위를 신고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50만위안의 신고 장려금을 지급한다.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로 보고한 걸 신고할 경우에도 최고 50만위안의 장려금이 지급된다.

올해 산둥성에서는 크고 작은 생산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자체도 문제지만, 사건 관련 보고를 숨겨 나타나는 부작용도 심각했다. 사건 관련 보고 전달이 차단되거나, 관련 부서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거나, 정보가 선택적으로 전달돼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중국 지방의 탄광 안전사고를 예로 들 수 있다. 탄광은 지역경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광산 기업과 소재지 지방정부, 광부와 그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이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숨기려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십상이다. 또 사건 은폐를 조기에 방지하는 건 지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잘못 확대돼 중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나아가 이 방법은 신고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신고의 수리, 조사, 장려금의 지급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비밀유지제도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어떠한 방식으로도 신고자의 개인 정보와 신고 내용 등의 관련 자료가 누설돼서는 안 된다(제10조)”라고 규정한다.

산둥성이 반포한 이번 방법의 근거이자 중국에서 안전 생산 및 신고 장려금과 관련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안전생산법(中華人民共和國安全生產法)’은 “안전 생산에 관한 감독·관리 책임을 지는 부서는 신고제도, 공개신고전화, 편지함, 이메일 주소를 마련하고 안전 생산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제70조). 모든 조직·개인은 사고 리스크나 안전 생산에 관한 위법 행위에 대해 안전 생산 감독·관리 책임 부서에 보고·신고할 권리가 있다(제71조). 현급 이상의 각급 인민 정부와 관련 부서는 중대한 사고 리스크를 보고하거나 안전 생산 위법 행위를 신고한 유공자에게 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제73조)”고 규정한다. 

안전 생산은 중국 정부가 기업에 가장 강조하는 가치 중 하나다. 이런 중요한 사항을 정부의 관리·감독권에만 의존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보니 신고 장려금 제도를 통해 사회 일반의 감독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사업하며 그 나라의 법률·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눈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의 기업 운영에 있어서 사전적인 준법 의무의 꼼꼼한 이행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