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였던 P-47. 그런데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 조종사들이 둔해 보인다며 탑승을 꺼려 했다. 이처럼 무기의 세계에서도 의외로 외모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였던 P-47. 그런데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 조종사들이 둔해 보인다며 탑승을 꺼려 했다. 이처럼 무기의 세계에서도 의외로 외모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취업을 위해 성형 수술을 하는 이들도 있을 만큼 외모로 평가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지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존재할 만큼 오랫동안 이를 당연시해 왔다. 이제는 법으로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기에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외모로 사람을 구분하는 일은 사라질지 모른다.

반면 차별이 오히려 커진 분야가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그러한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같은 가격이나 성능이면 멋진 것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외형이나 브랜드가 성능보다 우선시 되기도 하는데, 고가 사치품이나 연예인 굿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소비하여 얻을 수 있는 효용 가치가 크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기도 일종의 상품이므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려면 경쟁을 벌여야 한다.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주력 무기 채택 사업이 벌어지면 관련 방산 업체들은 사운을 걸고 경쟁에 뛰어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기에 있어서는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개발자들은 무기가 작동하는 데 문제만 없으면 되므로 특별히 외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종종 외형이 무기 채택 경쟁에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군이 선호하는 외형을 갖춘 후보가 경쟁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록히드 마틴의 F-22도 그런 사례다. 1980년대에 실시된 미 공군의 ATF 사업에서 F-22는 외형 덕을 많이 보았다.


X-32(왼쪽)와 X-35. X-32는 성능 때문에 패했지만 특유의 모양 때문에 처음부터 일선에서 호감도가 높지 않았다. 사진 위키피디아
X-32(왼쪽)와 X-35. X-32는 성능 때문에 패했지만 특유의 모양 때문에 처음부터 일선에서 호감도가 높지 않았다. 사진 위키피디아

근접전에 적합하지 않아서

당시 프로토타입인 YF-22는 노스롭이 제출한 YF-23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YF-22는 기동력과 무장 능력에서, YF-23는 속도와 스텔스 성능에서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어느 것을 선택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사용할 당사자인 공군이 YF-22를 지지하면서 최종 승패가 판가름 났다.

여러 이유 중에서 YF-23의 생경한 기체 모습이 거부감을 주었다는 후문이 있다. 시대를 앞섰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근접 공중전에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본 것이었다. 실제로 이들보다 앞서 실전 배치된 스텔스기인 B-2 폭격기, F-117 전투기는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채택한 특유의 모양으로 말미암아 기동력이 떨어졌다.

사실 스텔스기는 멀리서 먼저 보고 회피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마주할 가능성이 없기에 기동력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하지만 수많은 실전을 경험한 미 공군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근접전에 대비해 기동력을 여전히 중시했고 이 때문에 전투기 구조가 보다 전통적이어서 기동력이 앞선 YF-22의 손을 들어줬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었다.

당연히 외모가 기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처럼 그럴듯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게 된 배경에는 기동력을 중시하느냐 마느냐 하는 충분히 이해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F-22를 보조하는 다목적기를 도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0년대에 시작된 JSF 사업에서도 외형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오히려 공개적이었다.


합동 비행 중인 YF-22(앞쪽)와 YF-23. 성능은 막상막하였지만 스텔스 기능을 극대화한, 시대를 앞선 디자인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YF-23가 경쟁에선 패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합동 비행 중인 YF-22(앞쪽)와 YF-23. 성능은 막상막하였지만 스텔스 기능을 극대화한, 시대를 앞선 디자인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YF-23가 경쟁에선 패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너무 못생겨 보여서

당국이 요구한 JSF의 수준은 ATF보다 낮았으나 하나의 플랫폼으로 공군, 해군, 해병대의 노후 기종 대체는 물론 해외 개발 참여국들의 요구까지 충족해야 해서 제공권 확보가 목표였던 ATF보다 개발 난도는 오히려 까다로운 편이었다. 당시 사업에 도전장을 낸 후보 기종은 보잉 컨소시엄의 X-32와 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의 X-35(현 F-35)였다.

물량으로 F-4 이후 최대의 전투기 도입 사업인 데다 2040년대까지 사용할 예정이어서 참여 업체들의 경쟁은 대단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이 제안한 기종이 JSF에 적합한 최신 기술을 더 많이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X-32는 최첨단이라는 선전과 달리 둔해 보이는 외관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히 동체 하부에 있는 공기 흡입구가 그랬다.

F-16, EF-2000, Su-27처럼 많은 현존 전투기도 사용하는 방식이기는 하나 최첨단 디자인이라는 보잉의 주장과 달리 모양이 너무 투박한 데다 일견 우스꽝스럽게 보여 입 큰 개구리, 펠리컨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다. YF-23가 너무 앞선 디자인이어서 거부감을 주었던 반면 X-32는 정반대로 구닥다리처럼 보여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X-32가 탈락한 것이라는 주장은 당연히 낭설이다.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서 패한 것인데. 특히 해병대용 수직이착륙 기종의 문제가 심각했다. 그런데 만일 성능에서 완전히 동률이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좀 더 멋있는 X-35에 한번 더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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