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광주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월 24일 광주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TV로 보다가 깜짝 놀랐다. 빽빽하게 앉아 응원하는 미국 관중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나! 아무리 미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에 도달했다고 해도 아직도 미국 내 하루 확진자가 3만 명인데! 겁이 없는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마스크도 안 쓴 채 응원하는 대범한 사람들도 있지만 사소한 일에 걱정이 태산인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겁나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 후에 큰 후유증이 발생했다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현재 우리나라 1차 백신 접종률이 7%를 조금 넘었고 2차 접종은 3%를 넘었다. 백신 부족 때문에 접종률이 낮기도 하지만 후유증에 대한 불안으로 백신 접종 예약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집단 면역을 앞당기는 차원에서 백신 접종한 사람에게 문화체육시설 자유 입장이나 자가 격리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구는 야구장에서 마스크도 안 쓴 채 응원하고 누구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후유증 때문에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 매사에 불안이 많은 사람이 있다. 별로 걱정할 것도 아니고 일어날 확률도 희박한 일인데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사소한 일에 불안, 걱정이 심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정신의학적으로 ‘범불안장애’라고 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차에서 못 내리면 어쩌나, 아이들과 싸워서 다치면 어쩌나, 교통사고 나면 어쩌나, 오만 가지 걱정에 하루를 보내는 엄마가 이런 범불안장애에 속한다. 과도한 걱정과 불안이 핵심 증상인데 불확실한 세상이라 이런 분들이 의외로 많다.

‘기우(杞憂)’라는 단어가 있다. 기(杞) 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봐 걱정을 하다가 급기야는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웠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걱정하는 것이다. 기우는 범불안장애 환자들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후유증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확률이 극히 드물지만 정말 재수 없으면 내게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도 다음 주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한다. 불안한 직원이 묻는다. “원장님 백신 안 맞으면 안 돼요?” 1차 접종은 별 생각 없이 했지만 막상 2차 접종을 하려니 불안감이 올라온 것이다. 정말로 불안해서 못 맞겠다는 직원이 있다면 억지로 맞게 할 수는 없다. 범불안장애 수준의 불안을 갖고 있는 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은 코로나19 감염 고위험 직장이기에 가능한 한 맞기를 권고할 수밖에 없다. 뭐, 나라고 불안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피할 도리가 없다. 전쟁터에서 소대장이 “돌격 앞으로!” 소리치고 자기만 뒤로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다. 이왕 맞을 거 앞장서서 뛰어가는 소대장의 심정으로 내가 첫 번째로 맞겠다고 폼이나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