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 과학기술부 등이 2016년 공포한 ‘고신기술기업인정관리방법(高新技術企業認定管理辦法)’에 따르면 고신기술기업은 국가가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하이테크 기술 영역 내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 성과의 전환을 통해 기업 내부에 자주적인 지식재산권 체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경영 활동을 하는 중국 경내(홍콩·마카오·대만 제외)에 등록한 민간기업을 말한다.

고신기술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인정 신청 시점에 기업이 설립된 지 1년 이상이어야 하고 ②자체적인 R&D나 양수, 수증 또는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기업 주요 제품(서비스)의 기초가 되는 핵심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③기업 주요 제품(서비스)의 핵심 기술이 국가가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고신기술영역 범위에 포함돼야 하고 ④기업에서 R&D 활동과 관련 기술 혁신 활동에 종사하는 과학기술 인력의 비율이 기업의 당해 연도 전체 직원 총수의 10% 이상이어야 하며 ⑤기업의 최근 3개 회계연도(실제 운영 기간이 3년 미만인 기업은 실제 경영 시간으로 계산)의 R&D 비용 총액이 같은 기간의 매출 총액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최근 1년 매출이 5000만위안 이하인 기업은 5% 이상)해야 하고 ⑥최근 1년간 고신기술 제품(서비스)으로 인한 매출이 기업의 같은 기간 총매출의 60% 이상이어야 하고 ⑦기업의 혁신능력 평가가 상응하는 요건에 부합해야 하며 ⑧인정 신청 전 1년 이내에 중대한 안전 또는 품질 사고, 엄중한 환경상 위법 행위가 없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과 중국 내수 시장 확대 정책으로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자 중국 국무원은 2021년 7월 9일 ‘무역 신업태 모델의 신속한 발전에 관한 의견(關於加快發展外貿新業態新模式的意見)’을 반포해 무역회사를 고신기술기업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과거의 고신기술기업은 주로 전자정보, 바이오, 신약, 하이테크 서비스 등 중국이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의 기업들이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재화나 서비스의 수출입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무역회사는 고신기술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기업이나 업무의 범위 자체에 기술적인 함량이 높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속속 등장하자 해외 무역 거래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단순히 제품의 국가 간 이동이라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디지털화·네트워크화·스마트화의 물결이 스며들었다. 예를 들면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매수 희망자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런 기업을 고신기술기업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이번에 반포된 의견의 취지다. 다만 향후 실무적으로도 무역회사가 고신기술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기술 및 보안, 세무 부서 등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와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중국 시장에 온갖 규제가 넘쳐난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진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이 필요한 것에 대해 당국이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정책 흐름을 걸림돌로만 보지 말고 그중에서 디딤돌을 찾아내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