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1980년 8월 26일 제5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령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율사잠행조례(中華人民共和國律師暫行條例)가 제정된다. 잠행조례 제1조는 “율사는 국가의 법률 공작자다. 그 임무는 국가기관·기업사업단위·사회단체·인민공사와 공민에게 법률적 도움을 제공하여 법률의 정확한 실시와 국가·집체의 이익과 공민의 합법적인 이익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중국의 율사는 우리나라의 변호사, 율사사무소는 로펌에 해당한다. 율사법은 1996년에 드디어 법률 형태로 제정됐다. 율사법 제1조는 “율사 제도를 개선하고 율사법에 따른 업무 집행을 보장하며, 율사의 행위를 규범화하고 당사자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며, 법률의 정확한 실시를 담보하고 변호사가 사회주의 법제 건설 과정에서 적극적인 작용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 본 법을 제정한다”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 법은 율사를 “법에 따라 율사 집업증서를 취득하고 사회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라고 명시했다. 율사를 국가 법률 공작자라고 칭하지는 않은 것이다.

2017년 개정된 현행 율사법은 율사를 “법에 따라 율사 집업증서를 취득하고 위임 또는 지정에 따라 당사자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했지만 1996년 율사법 제1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율사에게 여전히 사회주의 법제 건설의 사명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들어 중국 광둥성 사법청은 ‘율사사무소 관리 강화와 율사사무소 관리책임 실천에 관한 약간의 의견’을 반포했다. 주된 내용은 율사사무소의 당 조직 건설 확대를 비롯해 당 조직의 율사사무소 정책 결정, 관리에 참여하는 시스템의 수립 및 개선이었다. 당 조직과 당원 율사가 앞장서서 당 노선을 실천하고 직업 윤리를 준수하라는 뜻인 동시에 율사사무소에서의 당 조직과 당원 율사의 모범적인 역할을 강조한 내용이다. 또 율사사무소는 당 조직 활동에 필요한 장소와 경비 제공 등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주의 법제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율사사무소와 당원 율사에게 능동적인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율사가 모범적인 당원으로서 사회주의 법제 건설 업무에 열중하는 건 아니다. 중국 어느 성의 고급인민법원 부원장은 37명에게 직간접적으로 뇌물을 받았는데, 이 중 18명이 율사였다고 한다. 그 율사 중에는 그 성의 율사협회 부회장도 있었다. 그 부원장이 받은 돈은 무려 2000만위안(약 36억6400만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인사’를 한 사람들의 사건에 관해서 부원장은 알게 모르게 ‘업무상의 도움’을 줬다고 한다.

2021년 1월 9일 중앙정법업무회의가 열렸다. 본 회의에서는 법원이 사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수리하지 않거나 사건을 수리하고도 제대로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죄가 되지만 벌을 주지 않는 행위를 근절하라고 했다. ‘보여 주기식’ 법률 집행은 물론 사법기관 종사자와 율사 간의 부당한 접촉을 발본색원하도록 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른바 전관예우, 중국식으로는 ‘관시(關係)’에 의한 사건 해결을 근절하자는 말이다.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법률 체계 아래 법률 종사자로서 율사는 위임인인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 보호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층 조직과 당원으로서 사회주의 법제 건설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 두 가치를 조화롭게 구현하기 위해 율사는 오늘도 분투하고 있다.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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