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1년 10월 20일 중국 중공 중앙 정치국 제34차 집체 학습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디지털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디지털 경제 발전이 새 시대의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혁신의 신기원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역설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경제는 각종 자원 요소의 신속한 이동과 여러 시장 주체의 융합을 빠르게 해 경계를 초월한다고 했다. 시공간의 제한을 허물며 산업 사슬을 확장해 중국 내외 경제 순환을 한층 더 순조롭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현상인 메타버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화두다. 메타버스란 초월이라는 말 메타(meta)와 우주, 세계라는 말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것으로, 가상현실 세계를 뜻한다. 이를 중국에서는 ‘원우주(元宇宙)’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으뜸 우주’다.

중국 관방 기구들은 메타버스가 국가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언급하며 아직 보수적인 자세를 보인다. 가상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법률적 준비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상인의 감각을 타고난 중국인이 가상공간에서의 자산 거래에 몰두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자산을 거래할 때는 관련 화폐나 자산을 토큰(token)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라고 하고 중국어로 ‘비동질화 화폐(非同質化代幣)’라고 한다. 중국에서 NFT에 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NFT는 무한 반복 재생산이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를 나만의 유의미한 자산으로 차별화한다.

또한 2021년부터 시행한 중국의 민법전 제127조는 “법률에 데이터, 온라인 가상재산의 보호와 관련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했다. 이미 가상재산의 재산성을 인정하고 그 보호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블록체인에 관해서도 중국은 2016년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국무원의 ‘13·5 국가정보화 규획’에 포함했다. 2018년 공업정보화부가 반포한 ‘공업 인터넷 발전 행동계획(2018~2020년)’에도 블록체인을 언급하면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정책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9년 2월 15일부터는 국가인터넷 정보사무처령으로 블록체인 정보서비스 관리규정(區塊鏈信息服務管理規定)을 시행하고 있다. 이 규정은 블록체인 산업에 관한 중국 최초의 감독 관리 법규로,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에 대한 등록 의무와 보안 관리 책임, 불법 콘텐츠 배포 금지 의무를 비롯한 각종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벌칙 조항도 두고 있다.

메타버스 출현에 중국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의 기초인 블록체인의 탈중앙화·탈중심화라는 발상이 공산당의 영도라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는 상호 충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가상현실에 대한 고민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가상재산 과세를 두고 사회적인 논의가 뜨겁다.

우주와 심해에서의 전쟁에 이어 메타버스에서도 중국은 주도권을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점차 거대해질 수 있는 탈중앙화 원심력을 얼마큼 공산당의 영도라는 구심력과 어울리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중국의 메타버스는 중국만의 그것으로 변형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