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장 증후군이 알레르기와 심혈관계 질환, 치매와도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과민성 장 증후군이 알레르기와 심혈관계 질환, 치매와도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최근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과민성 장(腸) 증후군을 앓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런 만성 설사는 미국에서는 결근 원인 2위가 될 만큼 흔하며, 현대인 약 10~15% 정도가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집계도 있다. 이전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의 원인을 음식이나 알레르기, 혹은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최근 장에 사는 세균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며 장에 사는 세균총의 변화가 과민성 장 증후군과 관련이 있고, 알레르기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 심지어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보통 음식물이 소화되어 영양분으로 흡수되고 남는 것이 대변으로 배출되는 데는 15~24시간 걸린다. 섬유질이 많은 과일이 가장 빨리 소화되고 단백질인 고기는 오래 걸린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은 소화·배출에 걸리는 시간이 정상인에 비해 지나치게 짧아 설사를 하거나 길어서 가스가 차거나 변비가 생기게 된다.

장에는 500종이 넘는 장내 세균이 100조 개 이상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대장에 있다. 장 속에 살고 있는 균 중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균형이 깨지면 암이나 감염증, 변비, 설사, 피부 거침, 과민성 장 증후군,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우울증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정상적으로 소장에는 세균이 살기 어렵다. 위에서 위산이 모든 세균을 녹여버리고, 위, 십이지장, 소장에서 공복이나 식사 시간 사이 주기적으로 ‘진행성 운동 복합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소화되지 않은 물질이나 찌꺼기 등을 강력하게 쥐어짜서 장 청소를 하는 운동으로, 소장의 세균 번식을 막는다. 세균이 많은 대장에서 거꾸로 소장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소장-대장 접합부에 면역 기관인 장 관련 면역 조직(GALT)이 집중 배치돼 있다는 점도 소장 내 세균 번식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위산이 감소하고, 음주를 많이 하고,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등 나쁜 세균을 길러주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소장 하부에 세균이 증식하게 된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장 청소 운동 횟수가 적어 나쁜 세균을 잘 없애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가스 팽창이 일어난다.

문제는 장 트러블이 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몸 면역 세포 중 70%는 장에 있기 때문에, 장이 나빠지면 면역에 문제가 생긴다. 알레르기 천식, 비염, 습진 등이 있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경우, 위장관 과민반응이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천식 환자 중 29%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이기도 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또 혈액 속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쉽게 산화되게 해 동맥경화를 빨리 진행되게 한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음식을 당으로 분해하는 장 내 세균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의 수가 적은 편이었다. 박테로이데스가 적고 유해균이 많은 경우, 박테로이데스가 많은 사람보다 질환 발병률이 18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치매를 막으려면 장을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 포드맵(FODMAP) 식사는 장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포드맵 식사란 발효음식(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탄당(Disaccharides), 단탄당(Monosaccharides) 그리고(And) 당알코올(Polyols)의 약자다. 주로 쌀밥, 두부, 유당 제거 우유, 바나나, 키위, 딸기, 오렌지, 토마토, 가지, 시금치, 죽순, 당근 등을 섭취하고 잡곡, 강낭콩,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사과, 복숭아, 주스, 통조림, 말린 과일 등을 피하는 식사다. 유산균 발효유와 된장, 김치, 피클도 장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이런 음식을 꾸준히 복용하고 나쁜 음식을 피하는 데도 장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서 나쁜 균의 분포를 보는 수소 호기 검사나 장의 염증 정도를 보는 칼프로텍틴 검사를 시행해 봐야 한다. 정도가 심하다면 몸에 흡수되지 않는 특수 항생제 치료를 받고 새로 좋은 균을 장에 심어주는 치료를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김범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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