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 상하이에 사는 이(李) 선생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견과류 한 세트를 샀다. 그런데 먹다 보니 견과류에 기름기가 너무 많았다. 평소에 먹던 식감이 아니었다. 이 선생은 이 견과류의 성분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제품 라벨에 표시된 양을 훨씬 넘는 지방분이 포함된 것을 알게 됐다. 이 선생은 생산자가 소비자를 기망했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선생 손을 들어 줬다. 포장지에 부착된 라벨에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고 이런 하자가 제품 식감 등에서 소비자가 잘못된 기대를 하게 오도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생산자에게 견과류 가격의 세 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표첨은 제품에 부착하는 라벨을 뜻한다. 식품 라벨에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누표(漏標)다. 식품 라벨상의 생산 허가증 번호, 생산자 정보, 생산 일자, 품질보증 기간, 보관 조건, 품질 등급, 제품 유형, 영양 성분과 그 함량, 첨가제, 필요한 경고 문구 등을 누락한 것이다. 둘째는 착표(錯標)다. 이런 표시를 잘못한 경우다. 셋째는 무표(無標)다. 수입한 식품에 중문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 선생 사건과 관련해 중국 식품안전법 제71조는 “식품과 식품 첨가제의 라벨, 설명서에는 허위 내용을 포함해서는 안 되고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능이 있다고 언급해서는 안 된다. 생산 경영자는 그가 제공한 라벨, 설명서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진다. 식품과 식품 첨가제의 라벨, 설명서는 분명하고 눈에 잘 띄어야 하며 생산 일자, 품질보증 기간 등 사항은 선명하게 표시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식품 및 식품 첨가제와 그 라벨, 설명서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품을 출시하여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 제20조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 품질, 성능, 용도 및 유효 기한 등과 관련한 정보는 진실하고 전면적이어야 하며 거짓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나아가 같은 법 제55조는 “사업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소비자가 받은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증액해야 하는데, 증액 금액은 소비자가 구매한 가격 또는 받은 서비스 비용의 세 배다. 증액하는 배상액이 500위안(약 9만4000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500위안으로 한다.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했다. 소비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내수 시장 공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對)중국 수출액이 점점 감소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제품에 부착하는 라벨은 일종의 여권과도 같은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려면 무엇보다 그 지역의 동네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표첨 기재 방법을 정한 중국 식품안전법은 대표적인 중국의 동네 법이다. 이는 중국 소비자에게 가장 밀접한 법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법규라도 잘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잘못하면 상하이 이 선생같이 꼼꼼한 소비자를 만나 관할 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소송 등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중국을 잘 이해하고 중국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오류나 누락 없이 표첨을 꼼꼼히 적어 넣는 것이 첫걸음이다.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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