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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고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됐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바프의 말이다.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규모의 경제’가 정보혁명을 거치며 ‘속도의 경제’로 바뀌더니 이제는 ‘초가속 시대’로 바뀌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90년에 저서 ‘권력이동’을 통해 정보화 사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지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의 한 챕터가 ‘빠른 자, 느린 자’다. 그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이 세상 모든 조직이나 생명체는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정보화 사회와 정보 전략에 관해 연구, 강의하고 있던 필자는 책 ‘권력이동’의 ‘빠른 자, 느린 자’ 챕터에 빠졌고,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토플러의 또 다른 저서 ‘제3의 물결’이 정보 자원이나 정보 관리에 맞춰져 있다면 ‘권력이동’의 백미는 시간 자원이라는 것을 필자가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의 시간 관리는 속도(스피드)와 타이밍에 맞춰져 있다. 이게 바로 경쟁력의 원천이다. 또한 시간이라는 무형 자원이 상품으로도 가치를 지니게 된다. 고객은 신속한 서비스와 빠른 제품을 원한다. 경영학·물리학·심리학·철학·정보학·미래학 등에 나타난 시간 개념을 연구해 이를 정리하고 강의에 나섰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정리해 필자가 1992년에 낸 책이 ‘時(시)테크:시간창조의 기술’이다.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호텔에 삼성그룹 임원 200여 명이 모였다. 1987년 취임한 이건희 회장이 ‘삼성 신경영’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마누라, 자식 빼놓고 다 바꿔라.” 이때 강조된 것이 ‘세계 일등 경영’과 ‘스피드 경영’이었다. 앞으로는 세계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는 것과 빠르게 혁신하고 변화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후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세상이 스피드로 경쟁하는 사이, 1998년 색다른 베스트셀러 서적이 등장했다. 프랑스 교육 철학자 피에르 쌍소 교수가 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다.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느린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책이다. 이 책은 인류가 속도 경쟁에 매달리면서 나타나는 스트레스·과로·번아웃과 맞물리면서 큰 울림을 줬다. 이때부터 슬로 라이프, 슬로 타운, 슬로 패션 등 슬로 문화가 확산됐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시테크는 무엇일까. 빠름과 느림이 선순환하는 것이다. 일할 때는 빠르게 하는 게 좋고 휴식할 때는 느린 게 좋다. 주중에는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업무에 매달리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도 주말에는 도시 밖으로 나가 꽃도 가꾸고 명상도 하면서 느린 생활을 한다. 이래야 충전이 되고 충전이 돼야 활기차게 일할 수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고도화되고 우주시대가 열렸다. 5G(5세대 정보통신)·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초고속교통·초고속서비스 등 초가속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일단 신기술을 익혀 스피드 역량을 길러야 한다. 동시에 슬로 라이프를 통해 충전하는 방법도 필수다.

가슴속에 아바타 두 마리를 지니면 어떨까. 토끼와 거북이다. 일할 때는 토끼가 뛰듯이 하고 쉴 때는 거북이가 기어가듯 살면 좋지 않을까. 토끼와 거북이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초가속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