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했던 이건희 컬렉션 전시.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했던 이건희 컬렉션 전시.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우리나라에서 예술적 안목이 가장 뛰어난 경영자는 누구일까. 먼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전 회장이 떠오른다. 그가 평소 수집한 미술품이 ‘이건희 컬렉션’으로 공개되면서 미술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감탄했다. 그는 선대로부터 미술품을 보는 철학과 안목을 기르기 시작해 평생 전문가와 교류하며 미술 공부를 해왔다. 미술품을 보는 그의 높은 안목 덕분에 세계적 수준의 컬렉션이 가능했다. 그가 평생 수집한 작품은 이제 귀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고 이 전 회장의 예술적 안목은 모두 삼성 경영에 녹아들어 있다.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지향하고 최상의 감동을 추구하는 이건희 경영은 지성과 감성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좌뇌와 우뇌의 완전한 융․복합이다.

기업 경영은 경쟁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싸워서 이기는 전투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큰 전쟁에서 패하면 막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안팎으로 사람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게 바로 예술경영이다.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은 요즘 조각에 푹 빠져있다. 조각가들을 후원하며 매년 대규모 조각전을 연다. 최근에는 한강변에 조각전이 열렸다. 윤 회장은 오래전 경기도 양주 송추지역에 있던 연수원 일대를 개조해 ‘아트밸리’를 만들고 조각가들에게 창작 공간으로 제공해왔다. 그는 우리 국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마다 대규모 국악 공연인 ‘창신제’를 열어 국악인을 돕고 시민들이 국악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는 몇 년 전 ‘AQ 예술지능’이라는 책도 썼다. 경영과 예술은 하나라는 것이다. 크라운해태는 단지 과자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임직원이 예술 공부를 함께하고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이게 업무고 기업문화다. 과자와 포장지에는 예술을 융합시켰다. “우리는 과자를 팔지 않고 꿈과 예술을 팝니다.”

또 예술을 경영 철학에 접목한 기업인으로는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이 있다. 천 회장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옛돌 박물관’이라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석조물 박물관을 운영한다. 수백 년을 이어온 소중한 우리의 문화자산인 석조물은 곳곳에 흩어졌고 시대를 거치면서 소멸돼갔다. 이에 그는 본격적으로 박물관학을 공부했고 석조물을 하나씩 수집해 옛돌 박물관을 만들었다. 천 회장은 석조 문화재 환수에도 공을 들였다. 식민지 시대 일본인이 가지고 간 작품들은 특별히 작품성과 역사성이 큰 것들이다. 일본 내 소장자를 찾아내고 설득해 이를 구매하거나 기증받아 국내로 환수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모아서 옛돌 박물관이 됐다.

천 회장의 경영 철학은 ‘돌의 미학’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지켜주는 게 돌이다. 그의 경영 철학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석조 문화재에서 비롯됐다.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세상에서 돌처럼 흔들리지 않고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고려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예 ‘경영학 박사’다. 그의 문화․예술 중심 경영 철학을 인정받은 것이다.

경영학은 문과인가 이과인가. 경영은 기술인가 예술인가. 이제 경영은 문과와 이과 그리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다. 경영자에게는 이성과 감성의 컬래버레이션이 필수 조건이다. 예술경영 확산이 우리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