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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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현 경희대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외래교수,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정형통증의학회 정회원, 전 중국 청도시립병원 한·중사랑관절전문센터 의료진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현 경희대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외래교수,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정형통증의학회 정회원, 전 중국 청도시립병원 한·중사랑관절전문센터 의료진

퇴행성관절염의 주된 원인은 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의 손상이다. 우리가 평생 사용해야 할 무릎 관절 연골의 두께는 고작 0.3~0.4㎝로 500원 동전보다 살짝 더 두껍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3.5세라고 한다. 퇴행성관절염은 대부분 50세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30여 년 동안 퇴행성관절염의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릎 연골은 탄력적이고 단단해 관절이 부드럽게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노화로 인해 연골이 닳거나 손상되면 그 기능이 점차 떨어져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일시적이거나 고정적인 질환이 아니다. 증상이 점차 악화하는 진행형 질환으로, ‘완치’에서 멀다. 연골의 특성 때문이다. 연골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손상되기 시작하면 회복되지 못하고 점점 더 광범위하게 손상 부위가 커진다. 연골이 마모될수록 보호하던 뼈가 드러나고 움직일 때마다 뼈끼리 부딪히면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퇴행성관절염은 진행 단계를 크게 초·중·말기로 구분하는데, 단계별로 치료 방법이 다르다. 초기에는 비교적 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아 아직 뼈가 연골의 보호를 받는 상태다. 계단을 내려오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통증이 발생하거나 무릎이 뻐근함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초기에는 참을 만한 통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가볍게 지나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치료는 보존적 치료로 약물이나 주사 치료, 물리 치료 등으로 통증을 조절하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때 체중을 관리하고 무릎 주변 근력운동을 하면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중기에는 연골 손상이 더 광범위해지는 단계로, 통증의 정도가 심하고 통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많이 걸으면 무릎에 물이 차거나 붓는데, 아파서 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퇴행성관절염이 중기에서 말기로 진행될수록 무릎 안쪽 연골이 많이 닳아 다리가 안쪽으로 휘는 O 자형 다리로 변형될 수 있다. 다리가 안쪽으로 휘기 시작하면 균일하게 받던 체중 부하의 균형이 깨지고 이미 휘어진 쪽으로 무게가 더 많이 실리기 때문에 관절염 진행이 급격히 빠르게 진행된다.

이때는 O 자형 다리를 곧게 펴줌으로써 무릎 안쪽으로 실렸던 하중을 바깥쪽으로 분산시키는 ‘휜 다리 교정술’과 손상된 연골 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연골 재생을 돕는 ‘연골 재생술’을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엔 아직 젊은 환자가 말기로 가는 퇴행성관절염 진행을 늦추기 위해 선택하는 치료법이다.

말기에는 무릎 연골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뼈와 뼈끼리 맞부딪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아픈 것은 물론 휴식 시에도 통증이 심하고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말기에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끝인 인공관절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

수술하지 않고 평생 내 무릎으로 사는 것이 제일 좋지만 이미 퇴행성관절염이 시작됐다면 망설이지 말고 실력 좋은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로 관절염 진행을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두 배 높고 특히 50대 이후 폐경을 겪은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50~60대 여성이라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무릎을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