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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얼마 전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에서 불황의 어두움이 다가오는 2023년에 어떤 ‘마인드 셋(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말했다. 

미국의 제임스 본드 스톡데일 장군은 베트남 전쟁 때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무려 8년 동안 동료들과 포로로 잡혀 있었다. 석방된 이후 그는 포로 기간 중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는 두 부류의 사람들은 중간에 거의 다 죽었음을 발견했다. 첫째, 비관론자들이었다. ‘우리는 석방될 수 없어’ ‘희망이 없어’라고 한탄하던 비관론자들은 다 죽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막연한 낙관론자들도 다 죽었다. ‘우린 곧 나갈 수 있어’ ‘희망을 품어’라며 으쌰으쌰 하던 낙관론자들은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계속되는 상심을 못 이겨 죽고 말았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토르 플랭클도 이런 말을 했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일주일 동안 수용소의 사망률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했다. 죄수들 대부분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희망 속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오는데 좋은 소식이 없자 죄수들은 용기를 잃고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이것이 그들의 저항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스톡데일 장군과 빅토르 플랭클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성을 이렇게 말한다. 강한 희망과 믿음은 가지되,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사람. 즉, 미래는 낙관하되 현실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말한다.

과거 해군 특수전전단(UDT)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비결을 말한 어떤 이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힘들어서 포기하는 게 아니다. 멘탈(정신력)이 흔들리면 무기력해진다. 자신이 훈련을 마칠 수 있다는 믿음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러나 남은 시간을 낙관하면 실패한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자가 생존한다.” 믿음은 갖지만 막연한 기대와 낙관을 버리고 냉정하게 하루하루를 잘 버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던 나폴레옹도 부하들에게 항상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지만, 작전을 세울 때는 치밀했다고 한다. 위험과 불리한 조건을 일부러 과장되게 평가해 질문하고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는 “작전을 짤 때는 ‘겁쟁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생존’의 관점에서 볼 때도 과거 인간에게는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다. 더 많은 음식과 더 많은 번식, 더 큰 발전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빠르게 반응하지 않으면 맹수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워야 했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사람만 생존이 가능했다.

궁극적으로는 잘될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그러나 목적지로 가는 여정에 무슨 난관이나 돌덩이가 있을지 모른다. 이에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시나리오를 짜며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이 가득한 2023년에 대응하는 마인드 셋이 아닐까 싶다.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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