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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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전 일본  국립 무기재질 연구소 펠로
신동우 나노 회장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전 일본 국립 무기재질 연구소 펠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미세먼지 문제로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약 700만명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약 660만 명을 넘는 수준이다. 세계에서 공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은 인도 수도 뉴델리다. 이는 인도의 한 해 석탄 사용량이 세계 1위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도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원인 물질에 대한 인도 정부의 대기 환경 규제는 2018년 시작됐다. 인도의 새로 짓는 화력 발전소에 초미세먼지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소재(탈질촉매)를 의무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이 소재 공급은 인도 국영 발전 설비 회사 BHEL이 맡았다. 필자는 우리 회사의 주요 생산품인 이 소재를 갖고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도는 취약한 자국 내 제조업을 일으켜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소재인 탈질촉매 공급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중국, 한국이다. 그중 가장 가격이 싼 곳은 중국 기업이다. 필자는 2017년부터 인도 현지를 방문해 과연 중국 제품을 구매해 인도 발전소에 사용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가능성이 작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브랜드 파워가 크고 시장 진입에 목마른 선진국 제품을 따돌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필자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출장 갈 때 비행 중 그 나라에서 제작한 영화를 보는 습관이 있다. 가장 빨리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인도 영화는 대체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식에게 헌신하고, 그 자식이 성공해 기존의 부당한 권위와 부와 대결해 승리하는 줄거리였다. 이렇게 인도인의 기본 정서를 이해한 다음, BHEL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 앞에서 나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을 들려줬다. 한국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영국 명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은 영국 식민 지배를 받은 인도인에게 신뢰를 갖게 했다. 그리고 세계 공기를 맑게 하는 인류 보편적인 나노의 경영 이념을 영국 귀족 악센트 영어로 설파했다. 이어 인도 정부 정책에 맞춰 “우리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BHEL에 우리의 지난 20년간 검증된 우수한 제품 제조 기술을 넘겨 인도 내에서 세계적인 품질의 환경 소재 제품을 만들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결국 2018년 6월 27일 선진국 브랜드를 제치고 인도 뉴델리 BHEL 본사에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인도 공기 맑게 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를 통해 신뢰를 쌓은 후 최종적으로 나노가 그들에게 팔고자 한 것은 우리 회사가 제조한 원료, 평가 장비, 시험 장비 그리고 앞으로 수출을 계획 중인 재생 장비와 기술 등이었다. 

프로젝트 시작 이후 나노 엔지니어들은 공장을 짓는 인도 벵갈루루를 다섯 차례 방문했고, 인도 엔지니어들도 나노를 두 차례 방문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모든 일이 매우 느리게, 천천히 진행된다. 실제로 우리 역시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그들만의 이유로 프로젝트가 3년 넘게 지체됐다. 글로벌 표준화가 되지 않은 인도 금융 역시 걸림돌이었다. 일례로 6개월 전 공급한 원료 대금은 은행 간 신용장(L/C)으로 진행했지만, 이마저 지체돼 해를 넘겼다. 이렇듯 인도와 거래는 무한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실하게 약속을 지켰고, 12월 17일 드디어 당초 계약한 조건대로 글로벌 톱 수준인 95%의 품질을 90%의 생산성으로 기술을 이전했다는 확인서를 받게 됐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도 시장에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서는 먼저 인도 정부의 외국 투자 유치 정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인도인의 문화를 이해할 것, 그리고 인내심을 가질 것. 필자는 이 모든 허들을 넘고 올해부터 인도의 공기를 맑게 하는 데 기여하게 돼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