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새해도 한 달이 지났다. 새해 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새해 목표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취직, 합격, 결혼 등 올해 결과물을 얻어야 할 것들이다. 이런 계획은 사회적 성공이나 삶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라 특별하게 새해 결심이라고 할 것도 아니다. 둘째는 건강과 자아 성장을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목표다. 복근 만들기, 금연하기, 1년에 책을 100권 읽기 등이다. 성실과 인내가 필요한 것들이라 대표적인 작심삼일 계획들에 속한다. 셋째는 버킷리스트형 목표다. 작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희망 사항들이다. 일본 여행하기, 제주 1주일 살기, 고급 호캉스(호텔+바캉스) 등이다.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벤트성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대개는 이 세 가지 종류의 새해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쉬운 것이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실행할 수 있고 재미있고 신선한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 계획을 실천하면 올 한 해 좋은 운이 들어올 수 있다. 그것은 ‘안 해본 것 해보기’다. 일상적인 일이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실행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안 해본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한 번도 직관한 적이 없는 비인기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다. 여자 농구, 권투,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에서 자신의 땀과 피를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또 연극이나 국악 마당 같은 비인기 공연을 보러 가자. 생생한 라이브의 생명력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하루는 온전히 버스로만 출근해 보는 건 어떨까. 못 보던 걸 보고 새로운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1만원 팁 주기는 어떤가. 누군가에게 뜬금없는 행운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좋은 운이 다시 내게로 오지 않을까. 평생 로또 한 번 안 샀다면 로또를 사보자. 불로소득은 싫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보는 거다. 혼자 노래방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뭔 청승이냐 할 게 아니라 남들 시선과 상관없이 나만의 목소리를 크게 내보는 거다. 랩을 하나 배워보는 건 어떨까. 내 인생의 리듬이 변하지 않을까.

늘 해 온 대로만 살면 새로운 운도 들어올 수 없다. 인생은 해프닝의 연속이다. 그 해프닝이 바로 운의 일종이다. 스스로 나의 해프닝을 만들어 보자. 물론 엉뚱한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안 해본 걸 해보면 살짝 나의 고정관념이 바뀌고 내 리듬이 바뀌고 나의 기운이 바뀐다. 그러면 새로운 운이 들어올 틈이 생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지, 새로운 일이 생길지, 아니면 나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씩 해보자. 삶에는 노력도 인내도 필요 없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로 정해보자. 단지 ‘어색함’과 ‘이런 걸 왜 하지?’ 하는 의심만 털어내면 된다. 논리적, 합리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면 인생이 재미없고,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새해에는 안 해본 걸 해보자. 그러면 새해, 좋은 운이 ‘어? 이거 재미있는데?’라며 슬금슬금 내게로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