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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지금 기업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꿈같은 기술을 찾아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 판을 뒤집는 기술 전쟁이다. 올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에 소개된 기술의 특징은 비전을 보여줬던 산업 기술이 생활 속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인간의 상상이 기술을 만나 현실화되는 ‘꿈같은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창의력의 산물이지만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자동차가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을까’라는 상상력이 있었기에 탄생이 가능했다.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기술은 기존의 것을 뒤집는 상상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손안에 잡히는 기기 하나에 모든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꿈같은 상상을 하다가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만들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자동차를 기계 산업에서 인공지능(AI) 산업으로 바꿔버렸다. 또 우주 산업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영역에서 민간의 영역으로 바꿔 놓았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민간기업 주도로 이뤄지는 우주 개발 사업)’ 시대로 전환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창의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한 우물을 깊이 파서 새로운 발명을 하는 게 ‘창조 1.0’, 남의 것을 베끼는 모방 창조가 ‘창조 2.0’이라면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 융합·창조하는 것이 ‘창조 3.0’이다. 이제 ‘창조 4.0’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실과 상상력을 융합해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의장이 주창하며 등장한 용어지만, 실제로 시작된 것은 2010년쯤부터다. 중요한 것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도 이젠 끝물이란 점이다. 산업혁명은 300년, 정보혁명은 30년이 걸렸다. 제4차 산업혁명은 15~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르면 3년, 길어야 7년 안에 끝나게 된다는 뜻이다. 

다음은 제5차 산업혁명이다. 그 특징은 무엇일까. 제4차 산업혁명이 깔아놓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5세대(5G) 통신, 로봇, 바이오 기술이 서로 연결되고 여기에 상상력이 결합돼 현실을 초월하는 신(新)문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시동이 걸린 것이 뉴 스페이스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대전환)’이다. 지금 전 세계는 인공위성을 중심으로 한 우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주 광물, 우주 에너지, 우주 관광, 우주 엔터테인먼트 등 우주 산업의 확장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또 하나의 혁명이다. 자율주행 선박을 중심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를 통해 물류 혁명, 친환경 해양 에너지, 해양 관광 등이 모두 가능해진다. 일례로 무인 잠수함과 무인 로봇의 활용으로 그동안 기술적 한계에 막혀있던 심해 탐사나 자원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신개척 시대도 열리게 됐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꿈같은 기술과 기기들이 탄생한 원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힘은 개별 기업의 노력이 아니라 다양한 협업을 통해 나왔다는 점이다. 그간 컬래버노믹스가 확산한 덕분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현실을 뛰어넘는 무한 상상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상상력과 협업이 기존의 기술과 자본을 이끄는 ‘상상 자본주의’가 제5차 산업혁명이 아닐까.

이제 AI와 로봇은 데이터 분석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인간의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이 기술과 상품을 이끌고 문명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술은 ‘기술자’와 ‘상상가’가 협업할 때만 가능하다. 꿈과 현실이 융합되는 놀라운 세상, 상상 자본주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