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귓속 또는 머릿속에서는 청각 자극을 느끼는 현상을 이명(耳鳴)이라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귓속 또는 머릿속에서는 청각 자극을 느끼는 현상을 이명(耳鳴)이라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P 사장은 언제부터인지 잠자리에 들면, 귀에서 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최근 2~3개월 전부터는 신경이 쓰여서 잠을 청하기가 어렵고 짜증이 난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귓속 또는 머릿속에서는 청각 자극을 느끼는 현상을 이명(耳鳴)이라고 한다.

환자는 이명으로 인해 괴롭지만, 주위 사람은 그 소리를 듣거나 느낄 수 없다. 이명은 90% 이상의 사람들이 평생 한 번 이상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명 환자는 2013년 28만1351명에서 2016년 31만89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명이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증상일 수도 있고, 위험한 질병이 생기려는 경고일 수도 있다. 대개는 귀와 청신경의 문제로 청력에 손상이 생기면서 뇌가 이를 인지하면서 나타나는 청각성 이명이다. 노인성 난청, 소음성 난청,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만성 중이염, 약물로 인한 청각 손상, 뇌신경 종양 등이 원인이다. 약 15%는 비청각성 이명으로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 질환, 혈관의 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갑상샘) 질환, 당뇨, 근육의 경련, 외이도의 막힘, 턱관절이나 목뼈의 이상 등이 원인으로 제시된다.

이명은 대부분 주파수가 높은 금속성의 소리로 삐, 윙, 쏴, 벌레 우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들리지만, 소리의 종류와 이명의 원인은 관련이 없다. 이명은 대개 과로나 수면 부족으로 인해 악화하므로 이를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청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어지럼증이 동반되면 돌발성 난청이나 메니에르병, 청신경종, 중추신경성 현훈 등 2차성 원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명은 별다른 검사가 필요 없지만 2차성 원인이 의심된다면, 혈압을 측정하고 혈액 검사로 빈혈과 갑상선 기능을 확인하고, 뇌간 유발 반응 검사, 측두골 CT, 측두골 MRI 등의 정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청력 손실을 처음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와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덜어내고 필요 시 백색소음발생기나 보청기와 같은 보조적인 도구를 사용해 이명에 익숙해져서 점차 이명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명 재훈련 치료’는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환자의 증상에 따라 혈액 순환제, 신경 안정제, 항산화제 등의 약제를 적절히 투여하기도 한다.

이명은 보통 조용한 장소나 상황에서 크게 느껴지므로 최대한 조용한 환경을 피하고, 주변에 적당한 정도의 소음을 유지하고 특히 잠을 잘 때 최대한 빨리 자는 게 좋다. 집 안에 있는 시계나 라디오의 소리를 줄여 놓으면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된다. 대뇌의 신경세포를 자기를 이용해서 활성화하는 경두개 자극술이 우울증이나 뇌졸중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에 이명 환자의 청각피질을 주 5회 10분씩 6개월 이상 자기로 자극했더니 이명이 20% 이상 감소했고 이 효과는 치료 종료 1개월 후에도 지속하는 것이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