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플랫폼 경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겨냥한 반독점법 규제를 비롯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차량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에 대해서는 네트워크 보안 심사를 이유로 자국 내 앱 스토어에서 철수를 명령했다. 또 온라인 교육 플랫폼들을 상대로는 교육의 공정 가치를 내세워 사교육 제한 조처를 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최근 음식 배달원을 비롯한 플랫폼 경제 노동자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021년 7월 7일 국무원 상무 회의에서 플랫폼 경제 종사자와 같은 새로운 취업 형태의 노동자 권익 보장에 관한 정책적 조치를 강조했다. 2021년 7월 22일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등 8개 부처는 ‘신취업 형태 노동자의 노동 보장 및 권익 수호에 관한 지도의견(關於維護新就業形態勞動者勞動保障權益的指導意見)’을 반포했다.

이 지도의견은 플랫폼 경제 종사자의 노동자성 여부를 관계 법령에 따라 판단할 때, 노동관계가 완전히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이들을 신취업 형태의 노동자로 분류해 최저임금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가입과 퇴출, 주문서 배정, 건당 단가, 인센티브 비율, 보수의 구성과 지급, 업무 시간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플랫폼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걸 감독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2021년 7월 26일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 등 7개 부처는 ‘온라인 음식 플랫폼의 책임을 이행하고 음식 배달원의 권익을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한 지도의견(關於落實網絡餐飲平臺責任切實維護外賣送餐員權益的指導意見)’을 공동 반포했다. 이 지도의견은 음식 배달원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 근무환경 개선, 사회보험 가입, 회사와 분쟁 해결 방안 등에 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플랫폼이 가장 엄격한 알고리즘(最嚴算法)을 배달원에 대한 근무평정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중간 수준의 알고리즘(算法取中)을 채택하도록 했다.

알고리즘은 입력하는 데이터의 수준에 따라 자체적인 로직으로 결론을 낸다. 음식 배달 플랫폼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입력하는 데이터는 결국 배달원에 관한 정보다. 가장 엄격한 알고리즘을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알고리즘 구현을 위해 입력하는 데이터에 하루 처리 주문량, 시간 준수율, 고객 평가 등에서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는 배달원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평균적인 수준의 배달원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구현해 플랫폼 노동자가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플랫폼 기업과 빅테크 기업 등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노동법적인 각도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보호 정책을 선언했다. 특히 노동자 보호에 있어서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 뒤에 숨지 말고, 그 구현 과정을 노동자와 협상하라고 한다. 이제 더는 노동자의 희생을 딛고 플랫폼 경제의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치들은 그동안 비교적 넉넉했던 포용에 비춰 보면 급작스럽고 과격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