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19년 3월 7일 중국 베이징의 서성구 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노동 분쟁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서성구 법원에 따르면 성희롱을 이유로 해고된 가해 노동자가 노동 계약 해지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 회사가 승소하는 비율이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회사의 패소율이 높은 이유는 성범죄 자체가 은밀하고, 당사자만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회사는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려 성희롱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다.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직접 언급하는 걸 피하면서 이를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뜻의 ‘비례행위(非禮行為)’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 개정된 중국의 부녀권익보호법(婦女權益保護法) 제40조는 ‘부녀에 대한 성희롱을 금지한다. 피해 부녀는 소속 직장과 관련 기관에 고발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했다. 법률을 통해 성희롱 금지를 입법화한 첫 사례였다. 이후 중국 국무원이 2012년 공포한 여직원노동보호특별규정(女職工勞動保護特別規定) 제11조는 ‘근로 장소에서 사용자는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을 예방하고 제지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사용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단속할 의무를 규정한 첫 사례였다.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민법전 제1010조는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언어, 문자, 사진·영상, 신체적 행위 등의 방법으로 성희롱하는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민사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기관·기업·학교 등의 조직은 합리적인 예방, 신고 수리, 조사 처리 등의 조치를 통해 직권이나 상하 관계 등을 이용해 성희롱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제지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마련했다.

중국의 각 지방 정부도 성희롱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전시는 2021년 1월 ‘선전시 성희롱 행위 방지 가이드(深圳市防治性騷擾行為指南)’를 반포했다.

선전시 가이드는 성희롱의 개념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즉, 성희롱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언어, 문자, 사진·영상, 신체적 행위 등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는 성적인 내용이 담긴, 불쾌감을 주는 권리 침해 행위다. 피해자가 협박을 당하거나 불쾌감·모욕감을 느끼는 식으로 불편한 심리 상태를 경험하거나, 나아가 가해자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돼 정상적인 근무나 학업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 민법전이나 선전시 가이드는 성희롱 대상을 ‘다른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남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선전시 가이드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도 열거했다. 쌍방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왕래나 데이트,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신체 접촉, 문맥상 성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 고립된 성적 언어의 표현, 기타 사회·문화 측면에서 수용할 수 있는 언어 또는 행위 등이다. 물론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안에 따라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한국 기업도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회사 내부의 성희롱 방지 제도를 꼼꼼하게 구축해야 한다. 회사 정관, 노동 계약, 취업 규칙, 내부 규정 등에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