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국 민법전은 제4편에서 인격권을 독립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 민법전의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인격권은 민사주체가 누리는 생명권, 신체권, 건강권, 성명권, 명칭권, 초상권, 명예권, 영예권과 프라이버시권 등 권리를 모두 포함한다.

인격권이 침해받으면 피해자는 민법전과 다른 법률 규정에 따라 행위자에게 민사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피해자의 행위자에 대한 침해 행위의 중지, 침해 예방, 명예회복, 사과명령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민사주체가 행위자가 현재 또는 미래에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법 행위를 할 것이라는 점을 입증했는데도 알맞을 때 제지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권리도 있다. 합법적인 권익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법에 따라 인민법원에 행위자로 하여금 관련 행위 조치를 중단해줄 것을 명령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인격권 제6장은 프라이버시 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중국에서 프라이버시권을 숨기고 싶은 사생활에 관한 권리라는 뜻의 ‘은사권’이라고 한다. 이는 사생활의 안녕과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 활동, 정보에 관한 권리다.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거나 권리자의 명확한 동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전화, 문자, 이메일, 전단 등으로 다른 사람의 사적 생활의 안녕을 침해하는 행위 △다른 사람의 주택, 여관 객실 등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에 진입, 촬영, 정탐하는 행위 △다른 사람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활동을 촬영, 정탐, 도청, 공개하는 행위 △다른 사람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 엿보는 행위 △다른 사람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정보를 처리하는 행위 △기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최근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의 유명 피아니스트가 성매매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붙잡혀 행정구류 처분을 받은 것이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사건을 처리한 공안이 통보 형식으로 이를 일반에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 피아니스트가 공인이라고 해도 행정구류를 받은 것을 통보 형식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해 문제가 제기됐다. 재판을 받은 것도 아니니 이런 통보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치안관리처벌법 제5조 제2항은 치안관리처벌은 공개적으로 공정하게 인권을 존중 및 보장하고, 공민의 인격의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12조는 공안기관과 소속 인민경찰은 문명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하며, 자의적으로 사건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행정처벌법에는 법률상으로 행정처벌을 받은 후에도 이에 불복하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보장돼 있다. 나아가 행정구류가 형사상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고, 국가의 인권 존중과 보장 의무를 규정한 중국 헌법 제33조 제3항에 위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은 밀실보다 광장이 강조되는 사회주의 국가다. 과거라면 이런 사건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고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국 법학자와 변호사를 중심으로 과거 현상을 반성하는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적 법치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