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6월 23일부터 중국의 각 지역에서는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성적이 공표됐다. 그런데 예년 같으면 중앙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을 ‘어느 지역 또는 학교에서 대학 입시 수석이 배출됐나’라든지 ‘이과와 문과 고득점자가 각각 누구인지’ 등의 보도가 올해는 현저히 줄었다. 오히려 산시성(山西省)의 한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 수석과 성적을 공표했다가 관할 교육 당국으로부터 경고받은 일이 있었다. 해당 고등학교의 교장은 모범 교장이라는 영예를 박탈당하고 향후 인사에도 불이익을 받게 됐다.

과거에는 대입 수석을 배출했거나 대학 진학률이 높으면 지방정부도 관할 지역의 교육 수준을 전국에 과시할 기회로 여겨 약간의 과대 포장은 모르는 척해주고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2020년 10월 중국은 ‘신시대 교육평가 개혁 심화에 관한 총체방안(深化新時代教育評價改革總體方案)’을 반포했다. 이 방안은 수석이나 진학률을 공표·선전·과장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또 교육부의 관리·감독 부서는 수석이나 고득점 학생에 관한 정보를 과장해 알린 학교에 대해서도 법규 위반 사실을 공개적으로 통보하고, 해당 학교의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도록 했다.

일부 사설학원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대입 수석 정보를 입수하고 광고에 사용하는 일도 있었는데, 중국 교육부는 수험생의 개인 정보를 판매하거나 불법적으로 제공하는 조직과 개인에 관한 사법처리도 가능하도록 했다. 각 지역의 수석·진학률 정보 공개를 통제하는 건 이런 정보들이 수험생에게는 심리적인 압박을 주고, 학부모에게는 사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6월 중국 교육부는 ‘과외교육훈련감독관리사(校外教育培訓監管司)’라는 조직을 발족시킨다. 이 조직은 방과 후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과외 수업에 관한 감독·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과외 교육기관이 적법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따지고, 그 기관의 운영이 적절한지 등을 감독한다.

또 과외 기관의 교육 내용과 수업 시간에 관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감독하기도 한다. 가령 6세 이하 아동에게는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과목과 관련된 수업을 해서는 안 되고, 온라인 교육을 해서도 안 된다. 의무교육 단계의 과외 교육기관은 선행학습과 의무교육 과정의 범위를 초과하는 학습을 시켜서는 안 되고, 휴일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보충수업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조직의 핵심 단속 대상은 교육기관의 지나친 ‘자본화 운영(資本化運作)’, 즉 영리 추구 행위다. 중앙전면개혁심화위원회는 2021년 5월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과제와 방과 후 교육 부담을 한층 더 경감시키는 것에 관한 의견(關於進一步減輕義務教育階段學生作業負擔和校外培訓負擔的意見)’을 통해 ‘양심의 산업’이 ‘영리의 산업’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도록 했다. 교육이 과도한 돈벌이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2017년 10월 18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당대회에서는 ‘날로 성장하는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평등,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을 현대 중국의 주요한 갈등이라고 보기도 했다. 가장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상대적 불평등의 영역이 교육이다. 아름다운 생활을 위한 출발점인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중국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