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1년 6월 10일 중국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데이터 안전법(數據安全法)’이 통과됐다. 이 법은 중국 국내에서의 데이터 처리 활동과 그 보안에 관한 관리·감독에 적용된다. 또 중국 국외에서의 데이터 처리 활동이 중국의 국가 안보나 공공이익, 조직의 합법적인 권익 등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법률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도 이 법에 담겼다(데이터 안전법 제2조).

여기서 ‘데이터’란 전자 또는 기타 방식으로 이뤄진 정보에 관한 모든 기록이다. 데이터 처리에는 데이터 수집·저장·사용·가공·전송·공개 등이 포함되므로 법의 적용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또 이 법은 국가나 기업에 데이터 보호 및 거래 관리 제도, 데이터 보안 리스크 심사 및 통제 제도, 데이터 보안 응급조치 시스템 구축 등 데이터 처리 활동과 관련한 각종 제도를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날 중국에서는 ‘안전생산법(安全生產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 개정법은 기업의 안전생산에 관한 책임 주체를 확대했다. 기존 법률은 생산경영 단위의 주요 책임자가 해당 단위의 안전생산 업무를 책임진다고 규정했다. 개정법은 안전생산의 책임 주체를 주요 책임자와 기타 책임자로 확대했다. 주요 책임자는 기업 대표와 같은 제1 책임자이고, 기타 책임자는 직무상 안전생산을 책임지는 담당자를 말한다(안전생산법 제5조).

또 중국은 이 법에 전원 안전책임제에 관한 규정을 추가했다. 생산경영 단위의 모든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안전생산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플랫폼 기업 등이 속한 신흥 산업에도 처음으로 전원 안전책임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안전사고를 등급별로 분류하고 그에 상응하는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기업은 ‘생산안전사고의 잠재적 리스크에 관한 조사 및 통제 제도(生產安全事故隱患排查治理製度)’를 수립 또는 개선해 임직원에게 안전사고 통제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안전생산법 제41조).

2021년 7월 10일 중국 국가 인터넷 사무처는 ‘네트워크 안전심사방법-개정안의 의견수렴안(網絡安全審查辦法-修訂草案征求意見稿)’을 반포했다. 개정안은 ‘핵심정보 기초시설의 공급체인 안전을 확보하고,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안전법, 네트워크 안전법, 데이터 안전법에 따라 본방법을 제정한다’라고 규정했다. 상위 법률에 데이터 안전법을 추가해 네트워크 안전심사의 대상을 데이터로 확대한 것이다.

개정안은 처음으로 국외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에 대해 네트워크 안전심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100만 명 이상의 회원 개인정보를 보유한 운영자가 국외에 상장하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네트워크 안전심사 사무처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개정안 제6조).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네트워크 안전심사 기구에 포함했다. 중국 최대 모빌리티 업체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 상장 직후인 7월 초 중국 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중국에서 제정 또는 개정된 법규에 ‘안전’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안전생산법의 안전은 익숙한 의미의 안전이다. 데이터 안전법과 네트워크 안전심사법에서의 안전은 ‘보안’, 국가안전의 안전은 ‘안보’로 이해하는 게 좋다. 중국에서 안전·보안·안보라는 가치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