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생활하면서 나태함, 무기력증 등의 슬럼프를 겪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생활하면서 나태함, 무기력증 등의 슬럼프를 겪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우여곡절 끝에 도교올림픽이 열렸다. 작년에 열렸어야 할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1년 늦어지고 이번에도 열리니 안 열리니 오락가락했다. 그 와중에 선수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경기가 무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훈련했을 것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에 슬럼프에 빠지고 다시 일어선 선수들이 얼마나 많을까.

슬럼프(slump)에 대해 알아보자. 주로 운동선수에게 사용되는 용어인데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부진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상황을 말한다. 야구에서 타격 3할의 타자가 1할대로 떨어져서 한 달 가까이 고생하다가 2군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바로 슬럼프 상태다.

슬럼프는 운동선수만의 고민은 아니다. 우리도 생활하면서 슬럼프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일반인의 슬럼프는 운동선수와는 성질이 좀 다르다. 일반인의 슬럼프는 권태기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나태함이나 무기력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노력하던 수험생이 공부하기 싫어지고 열심이던 직장인이 무기력해진다. 보통 슬럼프라고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갖는다. ‘예전 같지 않다’ ‘리듬이 깨졌다’ ‘흥미나 열정이 식었다’ ‘하기 싫다’ ‘무의미하다’ ‘잘 못 할 거 같다’ 등. 여기에 앞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자신감 저하, 심하면 자책이 뒤따른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중독이나 우울로 넘어간다. 하루 종일 유튜브에 집착하고 게임에 빠지고 드라마만 보고 매일 술을 마시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은 중독성 시간 때우기와 건강한 휴식은 다르다는 것이다. 휴식은 능동적인 선택이고 에너지의 재충전이지만 중독은 무기력한 퇴행과 도피 그리고 허망함이다. 이 상태가 심하면 우울증으로 빠질 수 있다.

언제든 슬럼프는 온다. 어떻게 넘어갈까? 슬럼프를 겪는 사람마다 각자의 탈출 방법이 있겠지만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다. 루틴(routine)과 변화다. 루틴은 매일 똑같이 실행하는 습관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매일 해온 루틴 중에 최소한 한두 가지는 꼭 해야 한다. 아침 운동이든 점심시간의 산책이든 그동안 습관적으로 해오던 기본적인 루틴을 계속해야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 기본 행동마저 무시하면 전체적인 생활이 흐트러지고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린다.

또 하나의 슬럼프 탈출법은 변화다. 다른 장소, 다른 음식,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여행을 가거나 안 하던 헬스를 다시 하거나 맛집을 찾아가 보자. 매너리즘에 빠진 기존 일을 벗어나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새로운 자극으로 감각을 깨워야 한다. 어찌 보면 루틴과 변화는 상충하는 듯하다. 하지만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루틴으로 일상을 지키면서 동시에 일과 상관없는 새로운 변화로 재충전해야 하는 양방향 노력이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에 특히 슬럼프를 조심해야 한다. 어렵게 열린 올림픽이다. 수많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올림픽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