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시도를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실행 주체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주체적인 결정은 자가 학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 많은 시도를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실행 주체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주체적인 결정은 자가 학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운 여름날의 금요일 밤 10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메일을 썼다. ‘드라마 2.0(드라마앤컴퍼니의 새로운 기업 문화)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는 제목의 이 메일은 전사 동료가 수신 대상이었다. 7월 31일의 일이었다.

올해 7월 창립 7주년을 맞이하면서 드라마앤컴퍼니의 과거를 돌아봤다. 그리고 미래를 그려보았다. 희망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과연 우리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창업을 시작한다는 각오로 출사표 같은 메일을 보냈다. 당연히 그 안에는 대표로서 뼈아픈 자기반성과 함께 문제의식에 대한 적나라한 기술 그리고 변화에 대한 다짐의 내용을 담았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창업자이자 대표인 필자 본인이 있었다. 필자로 인해 만들어진, 좋지 않은 기업 문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 탓에 빠른 시도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동료가 주체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학습하며 성장하는 조직이 되지 못했다. 창업자 개인기로 이끌어오던 회사가 이제는 조직의 힘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때가 되었으나, 아직 회사의 그릇과 틀이 그에 걸맞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 성장통을 겪으며 회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못하면 우리의 성공적인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 후 넉 달이 지났다. 과연 회사가 변할지, 아니면 그대로 멈춰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바라보던 감정이 무색해질 만큼 회사는 달라졌다. 오히려 회사는 한 단계 성장했다. 과거에는 한 명이 시장에서 싸우던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100명의 전사가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학습하는 조직이 되자고 선언했다. 학습의 과정을 ‘성공으로 가는 단서들을 찾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시도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학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도를 해야만 한다고 얘기했다. 더 많은 시도를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실행 주체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그러한 주체적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 위임을 했다. 또한, 주체적인 결정은 자가 학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직접 결정한 데 따른 결과로, 시장에서 얻은 실패의 교훈은 자가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9월 초, 연말까지 4개월간의 전사 목표를 설정했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증명해낸다”라는 목표였고, 연말이 되었을 때 그 목표가 달성된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그 목표를 위해 추진할 6개의 프로젝트를 정의했다.

해당 6개의 프로젝트팀은 ‘크루(crew)’라고 불렀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출항한 배라는 뜻이다. 출항한 크루 조직 외의 구성원은 베이스캠프(base camp)에 남아 크루를 지원하기도 하고, 회사 공통적인 업무를 하며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책임졌다.

프로젝트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 회사 차원에서는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원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프로젝트 목표에의 합의였다. 전사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프로젝트 목표를 회사 경영진과 함께 동기화하는 미팅을 초기에 가짐으로써 합의된 목표로 달려갈 준비를 했다. 두 번째로는 권한 위임이었다. 합의된 프로젝트 목표에 따라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는 오롯이 프로젝트팀에 위임되었다. 필자 역시 실행 방안에 대해서 다양한 인풋과 피드백을 주었지만, 그것을 참고는 하되 의사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프로젝트팀의 몫으로 남겨뒀다. 세 번째로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업무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팀은 다른 업무를 거의 하지 않고 오롯이 해당 임무를 위한 업무만 할 수 있도록 배정했다. 또, 자리 배치 역시 프로젝트팀별로 같이 앉도록 바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같은 목표를 가진 팀워크가 배가되도록 했다.

11월 둘째 주에는 전사 워크숍을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첫 진행 기간이었던 두 달간 각 조직에서 시도하며 학습한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두 달 동안 어떤 시도를 했는지 어떤 성공의 단서를 찾아냈는지 공유했다. ‘잘됐다’ 또는 ‘안 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우리가 배운 것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결과의 성패와 관계없이 모든 시도는 성공으로 가는 좋은 실패의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지배하는 시간이었다. 프로젝트팀별로 공유하는 내용은 두 달간 찾은 성공의 단서가 담긴 주옥 같은 내용이었다. 과거에 진행한 미팅 중에 나 자신도 이렇게 몰입하며 경청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프로젝트팀은 다른 업무를 거의 하지 않고 오롯이 해당 임무만 할 수 있도록 배정한다. 자리 배치 역시 프로벡트팀별로 앉도록 바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팀워크를 배가한다.
프로젝트팀은 다른 업무를 거의 하지 않고 오롯이 해당 임무만 할 수 있도록 배정한다. 자리 배치 역시 프로벡트팀별로 앉도록 바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팀워크를 배가한다.

‘조직의 힘’으로 문제 해결

워크숍을 마무리한 11월 10일, 이날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시도하며 학습하는 조직이 되어가는 회사의 모습을 보게 된 날이었는데, 그 감격은 창업 후 7년간 있었던 그 어떤 날보다 특별했다. 창업 후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

새로운 회사가 되어 가는 지난 넉 달을 보며 느낀 바가 있다. 절박한 마음일 때 비로소 문제가 보이고 근본 원인을 알게 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실천을 하게 된다는 것, 그 변화를 위해서는 진심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 갈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변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 동료가 얼마 전 넌지시 이런 말을 했다. 필자의 넉 달 전 메일을 받고 솔직히 회사가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회사를 보니 사뭇 놀랍다고 얘기했다.

회사는 이제 한 단계 더 큰 그릇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 거대한 ‘조직의 힘’으로 세상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비로소 더 큰 도전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과거에는 기대보다 회사의 성과가 더뎠을 때 원인을 잘 알지 못했지만, 막상 회사가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을 보고 난 후 뒤를 돌아보니 무엇이 우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미래가 희미하게만 보이던 것이 불과 4개월 전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조직이 몰입했을 때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오너십 가지고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는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던 4개월이 지나 우리 조직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제 필자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다. 드라마 2.0을 만들고자 했던 그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신나게 동료들이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탄탄하게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4개월간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기적 같은 시간 그 이상의 찬란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이미 굳게 믿고 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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