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19년 12월 30일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중심의원 의사 리원량은 동기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화난청과해산물시장에서 7명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해 우리 병원 응급실에 격리돼 있다”는 글을 올린다. 한 친구가 이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리원량은 2020년 1월 3일 관할 파출소에 출석해 위법행위에 관한 훈계서에 날인하기에 이른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죄목이었다.

그 후 리원량은 2020년 1월 8일 폐렴 증상이 있는 녹내장 환자를 진료하다가 자신도 기침과 발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2월 1일 그는 결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2월 7일 새벽 사망한다.

리원량이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로 경찰에 불려가 훈계를 당한 것과 별개로 우한시 인력자원사회보장국은 2월 7일 자 통보를 통해 2020년 제1호 공상(工傷) 인정 결정서를 발급한다. 이 결정서는 공상보험조례(工傷保險條例),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재정부,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반포한 ‘업무 수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 인력과 관련 업무 종사자의 관련 보장 업무의 이행에 관한 통지(人力資源社會保障部財政部國家衛生建康委關于因履行工作職責感染新型冠状病毒肺炎的醫護及相關工作人员有關保障問題的通知)’에 근거한다.

리원량이 의료인으로서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종사하다가 사망했다고 본 것이다. 공상보험조례 제14조 제1호에서 규정한 ‘업무 시간에, 업무 장소에서, 업무상 원인에 따른 사고’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공상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삼공원칙(三工原则)’이라 함은 공상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업무 시간(工作時間), 업무 장소(工作地點), 업무상 원인(工作原因) 등의 세 가지 요건을 말한다.

물론 리원량은 안과의사여서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고, 녹내장 환자를 진료하다가 우연히 감염된 것이었다. 또 중국에서 코로나19 이슈는 2020년 1월 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인민의 생명 안전과 신체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코로나19 확산의 초반 기세를 제압해야 함’을 강조한 뒤부터 전국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리원량이 감염된 시점은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활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이었다. 코로나19가 공상으로 인정받기 위한 ‘상(傷)’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그런데도 우한시 인력자원사회보장국은 특별한 상황은 특별하게 처리한다는 ‘특사특판(特事特办)’ 원칙에 따라 리원량에게 공상을 인정했다.

리원량(李文亮)은 자기 이름대로 글(文)로 세상을 밝히고자(亮)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런 리원량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질책한 것도 중국이고, 그의 희생을 공상으로 감싸 안아준 것도 중국이다. 또 2021년 2월 7일 그의 사망 일주기를 맞아 많은 국민이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도 중국이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보는 중국에 관한 하나의 사실이 중국 안에서는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리원량은 사망하기 전 병상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건강한 사회라면 한 가지 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健康的社會不該只有一种聲音)”라고 했다. 경청할 필요가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