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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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서울아산병원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KAIST 이학 박사
정희원 서울아산병원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KAIST 이학 박사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휴가철을 맞아 국내외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다. 휴가 후 피로감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실제로 휴식을 즐긴 후 더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좋은 휴식 방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휴식 시간은 보내는 방법과 태도에 따라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회복 기간이 될 수도 있고, 몸과 마음의 잔여 에너지를 소진하는 소모 기간이 될 수도 있다. 휴가 기간에 업무·학업 스트레스와 자극을 가라앉히거나, 수면 부족과 영양 불균형을 해결하거나, 마음을 챙기고 균형 잡힌 신체활동을 한다면 몸·마음의 기초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현대인이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휴식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많은 자극에 중독돼 일과 중 잠깐 생긴 휴식 시간이나 퇴근 후 여유 시간, 잠들기 전 휴식 시간조차 스마트폰과 미디어와 떨어지기 어려워하는 탓이다. 도파민 결핍감과 고요함에 대한 불안,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서 뒤처질 것 같다는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이 겹쳐 몸과 마음을 제대로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따금 여행 산업과 미디어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휴가 모습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소모하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휴가 기간에 얼마나 더 멀고, 이국적이며, 화려한 곳에서 더 많은 돈과 자원을 소모하고 돌아왔는지를 자랑하거나 서로의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교하기도 한다. 이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굳이 건강과 정서에 필요하지 않은 과잉 여행 활동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휴가 기간을 물질과 경험을 소비하는 모든 활동으로 빈틈없이 채워야 알차고 보람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떠난 여행지에서조차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몸과 마음은 ‘돈을 버는 활동’에서 ‘쓰는 활동’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계속 과로하는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와 가족을 위해 알차고 보람 있는 휴가를 계획했으나, 체력이 소진되고 피로만 남는 역설적 상황이다. 

진정으로 스스로와 가족을 생각한다면, 휴가를 몸과 마음의 긴장과 불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다.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어디가 됐든, 술과 커피 등 기호식품은 절제하고 보다 자연스러운 영양 섭취를 해 스마트폰과 미디어의 자극에서 머리를 비워내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이번 휴가에서는 마음 챙김으로 끊임없는 메신저 알림과 영상으로 산만해진 머리를 가라앉혀보자. 집에서 종이책을 차분히 읽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평소 충분히 운동하지 않다가 휴가 때 과도하게 야외운동을 하면 근골격계에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수분을 섭취하라. 휴가 기간을 생활 패턴을 점검하고, 비뚤어진 습관을 고치는 계기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휴가에 대한 관점을 바꿔보면, 휴가 후의 피로감이 예방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쌓인 불균형이 해소된다. 휴가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진정한 휴식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몸과 마음이 가뿐해질 뿐 아니라, 휴가 비용이 절감되고 자원 소모가 줄어 환경 발자국이 줄어드는 기분 좋은 부수 효과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