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병이다. 남들 모르게 나만의 독특한 행동을 한다고 혹 내가 문제가 있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루틴이기 때문이다.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병이다. 남들 모르게 나만의 독특한 행동을 한다고 혹 내가 문제가 있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루틴이기 때문이다.

한 중년 남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그의 하소연이다. “저는 집에서 나오면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 같아 다시 돌아가 확인합니다. 잠자려고 누웠을 때 형광등이 떨어질까 불안해서 몇 번이고 고정 장치를 확인합니다. 운전하다가 힐끗 본 간판 상호가 헷갈리면 다시 돌아가 기어코 확인해야 합니다. 상호가 ‘만리향’인지 ‘만리성’인지 헷갈리면 아무 일도 못 합니다. 그래서 약속 시간에 최소한 한 시간 전에 나갑니다. 운전하다가 또 어떤 상호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병이다. 자기 자신도 그 생각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강박증은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으로 구분한다. 강박 사고는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올라 사라지지 않는 것이고 강박 행동은 그 생각으로 인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손에 세균이 묻었다’는 생각이 강박 사고이고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행위가 강박 행동이다.

현재 강박증에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약물치료, 인지치료, 행동요법 등 다양한 치료를 하지만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이 환자에게 인지치료를 포함한 강박증 치료를 받도록 권유했다. 그는 전에 강박증 전문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증상이 조금 줄어들어 살 만했는데 최근에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증상이 심해진 것 같다며 임시방편으로 약물치료를 원했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기에 도움이 될 만한 항불안제를 우선 처방했다.


강박증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루틴

강박증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내 생활을 힘들게 하는지가 핵심이다. 누구나 조그만 강박증은 갖고 있다. 야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서 ‘루틴’이라는 자기만의 반복된 행동을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강박 행동이다. 이런 루틴은 어떤 중요한 행위를 하기 전에 불안을 감소시켜주기에 긍정적인 강박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남들 모르게 나만의 독특한 행동을 한다고 혹 문제가 있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루틴이기 때문이다.

강박증은 누군가 내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 칩을 심은 것과 같다. 나는 그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그 프로그램 칩이 작동하면 어쩔 수 없이 그 생각에 사로잡힌다. “누가 내 생각을 정지시켜 줘!”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원치 않는 어떤 생각에 꽂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이니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가장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내 생각이다.

나도 가끔 어떤 생각에 빠져서 헤맬 때가 있다. 그럴 때 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먼저 교실 칠판을 상상한다. 그 칠판에 집착과 관련된 단어를 쓰거나 이미지를 그려놓고 지우개로 싹싹 지우는 상상을 한다.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운다. 이 방법은 어떤 생각에 빠지자마자 실행해야 효과가 있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이 방법도 별 효과가 없다. 내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참, 그 환자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서 안 오는 것이라 믿어본다.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