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드라마앤컴퍼니
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드라마앤컴퍼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가장 큰 일상의 변화 중 하나가 집에서 업무를 보는 재택근무가 아닐까 한다. 명함 애플리케이션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도 2월 26일부터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당시의 고민이 떠오른다. 회사 임직원과 가족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해서 결정했지만, 성과 저하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그동안 유연한 근무 방식에 대한 제도적 고민을 많이 했다. 코로나19는 위기지만 한편으로 물리적 업무 장소의 유연함에 대해 실험해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중에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국내외에 제법 있어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러나 그동안 대면 업무 환경이 주는 여러 장점을 포기하고 선뜻 실험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실험이라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이 집에서도 여전히 열심히 업무를 하는지? 아니다. 회사가 구축한 업무 방식이 얼마나 체계적인지를 검증해보고 싶었다. 정보가 잘 정리돼 관리되고 공유되는 조직의 업무 방식과 문화가 있다면, 또 협업의 효율성과 효과를 높이는 적절한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다면, 이 과정을 도와줄 사내 시스템이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면, 굳이 같은 공간에서 앉아 일하지 않더라도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원활하게 잘 돌아가야 한다.

재택근무 시행을 주저하는 기업은 제조 현장 등의 이슈를 제외하면, 주로 온라인으로 협업할 수 있는 도구적 시스템과 툴의 부재를 장벽으로 꼽곤 한다. 물론 이러한 협업 기반을 이미 잘 갖추고 있는 회사가 재택근무하기에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도구적 시스템 기반을 갖추고 있어도 쉽게 재택근무를 결정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은 근원적으로 조직 내 상호 신뢰의 문제를 얘기한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가 집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지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 신뢰의 부재가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회사의 문제일까, 아니면 직원의 문제일까? 둘 다 아니다. 회사 조직 운영 방식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

회사가 사람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방식이 업무 시간과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성과 중심이라면 일하는 장소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몇 시간을 일했든, 어디서 일했든, 그 사람이 창출한 성과에 집중해 바라보는 조직 관리 방식과 기업 문화가 있다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관리할 이유가 없다. 신뢰해도 될지 말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실제 지난 한 달 반 동안 재택근무를 시행해 본 결과,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환경에서 더욱 성과 중심의 조직 관리에 집중했고, 동료들도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자율적으로 열심히 업무를 수행했다. 딱히 출·퇴근이나 근무 시간 등을 체크하지 않았다. 정보 공유와 회의도 잘 진행됐다. 평소에 회사의 거의 모든 정보를 임직원에게 공개하고 온라인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 것이 도움이 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사진 드라마앤컴퍼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사진 드라마앤컴퍼니

필요조건은 ‘성과 중심’의 조직 관리

물론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기에 적당한 구조가 아니다. 아무래도 ‘이것도 좀 해볼까?’라고 가볍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과 중심으로 일하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만 바라보게 되는 경향도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동료에게는 “온라인 채팅과 이메일에만 의존하지 말고 필요하면 바로바로 전화하고 즉흥적인 화상 회의도 종종 해보자”라고 강조했다. 화상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 워크숍을 해보기도 했다.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믿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보지 않아도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개개인의 업무 성과에 집중하는 조직 운영 방식과 기업 문화가 정착하면, 업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함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애자일(Agile) 경영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애자일 경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상황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직적 역량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빨리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업무 환경을 바꾸고, 그에 필요한 근무 가이드라인 및 업무 프로세스를 채택하는 회사가 있고, 그러지 못한 회사가 있다. 이를 비단 재택근무를 바로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위기였다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우리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다.

심지어 한 회사 내에서도 부서별로 재택근무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기민함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익숙한 조직은 이미 재택근무 1주 차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마치 원래부터 재택근무를 했던 사람인 것처럼 바로 업무 모드로 변화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보완적 시도를 하면서 훌륭하게 적응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변화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는지는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그 주체가 가진 조직적 역량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등 떠밀려 시행해서 일정 기간을 버티면서 한 번 하고 지나가면 될 근무 상황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이 기회에 조직의 건강함을 진단하고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기업 문화의 근원적 토대에 대한 질문까지 던져볼 기회로 삼을 것인가. 어쩌면 지금은 회사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