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02 델타 대거는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미국 본토 방공용 요격기였다. 하지만 너무 배치를 서두르다 보니 예상한 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다가 사라졌다. 사진 위키미디어
F-102 델타 대거는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미국 본토 방공용 요격기였다. 하지만 너무 배치를 서두르다 보니 예상한 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다가 사라졌다. 사진 위키미디어

비록 전쟁은 아니지만, 인류사에서 그 이상으로 군사적 긴장 상태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는 흔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대립하고 있던 당사자들의 힘이 팽팽히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벌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벌인 힘겨루기는 가히 그러한 경쟁 중 최고라 할 만했다.

이 두 나라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데올로기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벌였다. 하다못해 단지 즐거움이 목적인 예술, 스포츠 같은 분야에서도 상대를 앞서려 했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을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증거처럼 여겼을 정도였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분야는 단연코 군사 부문이었다.

상대를 수십 번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엄청난 핵무기로 인류는 마치 코앞에 최후가 다가온 것 같은 공포에 짓눌려 지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런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아직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표면상의 대립이 줄었다뿐이지 핵에 의한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적으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현재의 러시아는 냉전시대처럼 정면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대신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핵심 전력만 특화하는 선택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던 소련 시절에는 총알부터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에서 무조건 미국을 앞서고자 했다.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최악을 대비해야 하는 국방 담당자들은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는 전제 아래 정책을 수립한다. 특히 미국은 의회로부터 예산을 받아야 하므로 우리가 부족한 것이 많다고 항상 앓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무기를 배치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서둘러서 일단 배치부터 한 무기가 흔했다.

다음 날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대립이 심각하다 보니 다음 고려는 부차적 문제였다. 그 결과 제대로 활약도 못  하고 폐기되거나 개발 당시와 다른 목적으로 억지로 사용되거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가 시나브로 사라져간 사례도 흔했다. F-102 델타 대거(Delta Dagger) 전투기도 그러했던 무기 중 하나다.

1949년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자 미국은 조급해졌다. 자신들도 핵폭탄으로부터 위협받는 처지로 바뀌면서 상대보다 더 많은 핵폭탄을 보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상대의 핵 공격을 막기 위한 대책도 연구했다. 당시는 폭격기가 유일한 핵폭탄 운반 수단이었으므로 폭격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덩치가 큰 폭격기를 날렵한 전투기로 요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조기 경보 기술이 떨어지던 시절이어서 폭격기가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그 넓은 북미 대륙 상공에 항상 전투기를 띄워 놓을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폭격기의 진입이 예상되는 지점에 요격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놓고 있다가 상황이 발동되면 출격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한국 통신사들은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개시했다. 기대와 달리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제반 준비도 부족했지만 최초라는 명분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 통신사들은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개시했다. 기대와 달리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제반 준비도 부족했지만 최초라는 명분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사진 연합뉴스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다

그런 임무를 전담하기에 기존 F-86, F-89, F-94 전투기로는 무리라고 판단한 미국은 고속으로 고고도를 신속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방공용 요격기 사업을 시작했다. 1951년 6개 업체가 참여한 경쟁에서 컨베이어(Convair)의 F-102가 선정됐다. 하지만 초음속 비행을 비롯한 애초 목표로 했던 비행 성능을 구현하는 데 애를 먹었다.

1956년부터 배치가 시작됐으나 간신히 초음속을 돌파했을 만큼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현재 한국 공군도 도입 중인 F-35는 개발 중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느라 5년 정도 실전 배치가 늦어졌다. 이처럼 당연히 문제 해결이 먼저지만 당시의 긴장된 시대상 때문에 F-102는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결국 배치와 동시에 개량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당시 소련의 폭격기 전력이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어서 기존의 전투기로도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단지 소련이 핵폭탄을 보유했다는 두려움과 정보 부족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었다. 결국, F-102는 1000대나 생산됐지만, 성능 미흡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주 방위군에 인도돼 2선급 전력으로 취급되다가 순차적으로 퇴역했다.

일반 상품도 마찬가지다.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국내 통신사들은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에 전격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시작했다. 미국의 버라이즌이 4월 5일부터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겼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달리 통신 품질에 문제가 많다는 실망스러운 반응만 흘러나왔다. 일부 기술은 아직 검증 단계이고 중계기의 구축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분쟁을 제기한 고객에게 보상금 지급을 제안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최초라는 명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망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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