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지속되며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높은 온도와 습도가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시키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열대야가 지속되며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높은 온도와 습도가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시키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모 기업 J 부회장은 여름이 가장 괴로운 계절이다. 무더위 때문에 밤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다. 피로가 계속 쌓이다 보니 업무에 지장이 생겼고 틈만 나면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새벽에 겨우 잠드는 바람에 이른 오전 골프 약속에 늦기도 했다. 그는 결국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기로 했다.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 증세는 ‘수면지연증후군’을 일으켜 낮에도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심하면 두통·소화불량·근육통 등 신체 이상으로도 이어진다. 어떻게 하면 덥고 습한 밤에도 숙면을 취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을까?

열대야로 잠이 안 오는 이유는 체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뇌의 각성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높은 온도(25℃ 이상)와 습도(70% 이상)로 피부가 끈적끈적해지면, 불쾌감 탓에 쉽게 잠들기 어려워진다. 열대야에는 잠들기 전에 에어컨을 틀어 온도를 22~24℃ 정도로 약간 서늘하게 하고, 습도도 50% 이하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에어컨을 너무 틀면 저체온증으로 두통·감기·근육통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예약 기능을 이용해 1~2시간씩 트는 것이 좋다. 통풍이 잘되는 집이라면 창문을 약간 열어두거나 선풍기를 사용한다. 자기 전에 약간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면 체온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숙면에 도움이 된다. 찬물 샤워는 당장 체온을 떨어뜨려 주지만 샤워 후 체온이 더 올라가 각성을 유발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숙면을 방해하는 다른 요인은 새벽부터 들어오는 햇빛과 소음이다. 빛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게 침실의 커튼을 잘 막아주고, 이중 창틀로 소음을 차단해 아침까지 쾌적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우리 뇌는 아침 해를 보고 나면 각성하고, 다시 16시간이 지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은 햇빛과 비슷한 효과를 내서 멜라토닌의 생성과 분비를 감소시키고 각성 효과를 강하게 만든다.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고, 피치 못한 상황이라면 갈색광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잠들기 1시간 전에는 뇌를 자극하는 TV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삼가고, 음악 감상이나 가벼운 명상으로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뇌는 이 정보들을 처리하느라 수면 중에도 쉬지 못해 아침에도 피곤하게 된다. 기상 직후 10~15분 정도 햇볕을 쬐어주면 멜라토닌 분비에 도움이 된다.

피곤할 때 잠시 낮잠을 자면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일종의 수면 대출이다. 3~4단계 수면(꿈을 꾸지 않는 깊은 잠)인 낮잠을 자고 나면, 몸은 개운해지지만, 뇌에서 멜라토닌이 고갈돼 막상 밤에 필요한 멜라토닌이 나오지 않게 된다. 낮잠을 가능한 한 삼가고 필요하면 15분만 자도록 한다.

여름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가볍게 음주를 하는 경우도 많다. 술은 뇌를 억제해서 마치 수면제와 같은 작용을 하지만, 새벽에 뇌를 각성시켜 밤새 숙면을 방해한다. 그 외에도 저녁 식사 후에는 커피·콜라·녹차 등 카페인이 많은 음료는 피하고, 콩·당근·양파·상추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멜라토닌의 재료인 트립토판이 풍부해 숙면에 도움을 주는 식품들이다.


▒ 김범택
연세대 의대 졸, 아주대병원 비만 클리닉,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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