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의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 소화불량, 식욕 저하, 불안, 대인관계 회피 등이다.
코로나 블루의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 소화불량, 식욕 저하, 불안, 대인관계 회피 등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정신과 전문 병원이다. 물론 폐쇄병동도 있다. 아침에 회진을 돌 때면 환자들이 내 옷자락을 붙잡고 물어본다. “외출 언제 돼요?” “면회는 안 돼요?” “외박은요?”

병원이 초비상이다. 환자들도 고생이다. 외출, 외박, 면회를 전면 금지하고 자유 산책도 극히 제한하고 있다. 환자들이 갇힌 병실에서만 생활하고, 통제가 심해지니 너무 답답해한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다툼이 많아졌다. 어쩔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되면 병원은 그 순간 ‘코호트 격리’, 소위 동일 집단 격리로 들어가야 한다. 직원이나 환자나 병원 내에 꼼짝없이 갇혀야 한다. 직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우리만이 아니다. 모두 힘들다. 전 세계가 그렇다.

3월이 이렇게 많은 꽃이 피는 계절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나무의 꽃만이 아니다. 호기심과 기대에 찬 신입생들을 맞이하던 대학 캠퍼스, 공연장마다 신나는 신춘맞이 공연, 겨우내 준비한 프로야구, 프로축구 그리고 사랑의 꽃을 피우는 결혼까지. 이 봄에 정말 많은 꽃이 피어났었다. 당연히 피던 꽃들이었는데 돌아보니 너무나 소중했던 꽃들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었다는 뉴스를 듣고 가슴이 멍해지고 눈물이 났다. 이상하게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인다. 의욕도 없다. ‘코로나 블루’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다. ‘blue’는 ‘우울한’으로도 해석한다. ‘블루’는 원래 하늘의 파란색이다. 한국 하늘처럼 맑고 파란색이 왜 ‘우울한’으로 해석됐을까. 아마 영국의 하늘 때문 아닐까? 파란 하늘이 수시로 잿빛으로 바뀌니 그들의 ‘블루’ 속에는 회색이 들어 있나 보다.


정신과학회, 코로나19 극복 위한 지침 발표

코로나 블루의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 소화불량, 식욕 저하, 불안, 대인관계 회피 등이다. 수만 명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보니 우울해지고, 삶의 일상이 막히니 무기력해진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무력감과 내 옆에 있는 한 인간을 바이러스 보균자로 봐야 하는 이 모든 상황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이 고난의 상황에서 인간은 또 생존해 나갈 것이다. 이겨내고 다시 당연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못 폈던 봄날의 꽃들이 다시 피어날 것이다.

정신과학회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 건강 지침’을 발표했다. 열 가지의 지침을 소개한다.

①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다 ②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 얻자 ③ 혐오는 절대 안 된다 ④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자 ⑤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자 ⑥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자 ⑦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자 ⑧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 ⑨ 주변의 아프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자 ⑩ 서로 응원해주자 등이다.


병원 벚꽃이 유난히 화려하다. 그 벚꽃 사이로 ‘블루’한 하늘이 보인다. 기운을 내자. 모두 다시 힘을 내자. 그리고 잊지 말자. 몸은 멀어지지만 마음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걸.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