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재정부는 2021년 2월 26일 ‘국유기업회사장정제정관리판법(國有企業公司章程制定管理辦法)’을 제정해 반포했다. 이 규정은 국가가 출자하고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감독·관리하는 국유독자기업과 국유지배회사의 장정을 제정·개정·심의·비준할 때 적용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장정은 ‘서면에 기재된 조직의 규정이나 업무 처리 지침’ 즉 정관을 말한다. 회사정관(公司章程)은 회사 명칭, 주소, 경영 범위, 지배구조 등 기업의 존립과 운영에 관한 중대 사항을 포함하는 기본 문서를 뜻한다.

국유기업회사장정제정관리판법 제2장은 회사 장정의 주요 내용을 규정했는데, 이 중에서도 제9조는 사내 공산당 조직에 관한 규정이다. 국유기업 장정에는 ‘중국공산당장정(中國共產黨章程)’에 따라 기업 내 당 조직의 직무상 책임과 권한, 기구의 설치, 운영 시스템 같은 주요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그리고 당 조직의 연구와 토론이 이사회·경영진의 정책 결정의 사전 절차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유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의 당 조직 건설 업무는 지분 구조 등의 현실을 반영하고, 기관 투자자를 포함한 다른 주요 투자자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다음 관련 규정에 따라 기본적인 요구를 회사 장정에 기재하도록 했다.

또 중국 회사법 제19조는 “회사에 중국 공산당 장정 규정에 따라 당 조직을 설립해 활동하는 경우, 기업은 당 조직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간기업도 사내 당 조직과 활동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회사정관은 기업 운영에 있어 설계도이자 청사진이다. 최근 기업 운영과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이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건전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지칭하는 ‘ESG’다. 이를 중국에 빗대어 보면 장차 중국의 ESG는 공산당 조직 또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통해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환경을 보자. 주된 기본 이념을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의 고양’으로 삼는 중국 민법전 제9조는 “민사 주체가 민사 활동에 종사할 때는 자원 절약, 생태 환경 보호에 유리하게 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법률 행위의 녹색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회사 내부 공산당 조직의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한 공산당의 사회적 책임(Communist party Social Responsibility)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는 위에서 살펴본 국유기업 장정을 필두로 민간기업에도 지배구조나 의사 결정에 공산당 조직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려는 시도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산당과 이를 둘러싼 정서가 우리에게는 상당히 어색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공산당은 여전히 국가 통치 핵심이고 그 영향력은 민간 영역에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중국 사회 전반으로 점차 강화될 공산당의 영도를 우리가 어떻게 우리 방식으로 수용해 중국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인가.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