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20대 후반의 아들을 데리고 상담하러 왔다. 거의 일 년째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한다고 한다. 마트 갈 때 외에는 나가지 않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는다. 취직할 생각은 아예 안 한다. 야단치고 설득해봐도 소용이 없어 결국 정신과에 데리고 온 것이다. 이 청년이 소위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은둔형 외톨이라는 특정 진단은 없다. 대개 심리적으로 우울증이나 성격 장애가 동반된다는 정도다. 이런 친구들 중에는 경미한 우울증인 경우가 꽤 있다. 자기 처지가 별로이니 약간 무기력한 생활을 우울증인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는 것이다. 의욕이 없으니 집에만 있게 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끼고 살 게 된다. 이 생활이 몇 달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은둔형 생활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에는 성격적인 면도 크게 작용한다. 특히 회피성 성격이 많다. 회피성 성격은 대인관계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쉽게 자존심이 상하며 자신을 매력 없고 열등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타인과 만남에서 상처를 받게 되면 쉽게 집 안으로 숨어버린다.
상담 온 청년에게서 우울증이나 성격의 문제는 없었다. 청년이 상담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취직해봤자 쥐꼬리 월급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연봉으로 결혼하기도 어렵잖아요. 결혼과 집을 포기하면 오히려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억지로 직장 다니지 않고 최소한의 돈으로 내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은 걱정하지만 나는 괜찮아요.”
10년 전만 해도 은둔형 외톨이는 정신적인 문제로 봤다. 하지만 요새는 은둔형 외톨이를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다. 대학 졸업하고 3~4년 취직 준비하다 실패하고 몇 년 빈둥거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취직 시장에서 도태된다.
친구들과 연락도 뜸해지고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방에만 틀어박혀 인터넷이나 게임에 빠진다. 그러고 시간을 보내다 은둔형 생활을 자의 반 타의 반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들이 나이 들면 40대, 50대 은둔형 외톨이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7040 리스크’ ‘8050 리스크’라는 말도 나온다. 70~80대 부모가 40~50대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부양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애써봤자 희망이 없는 사회고, 고립된 생활 속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또 다른 삶을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 둘의 합작품이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고 있다. 어떻게 빠져나올까? 돈으로 차별하는 뿌리 깊은 인식이 바뀌고 사회가 이들에게 비빌 언덕을 제공하고 또한 무기력한 청년들의 내면의 힘이 각성해야 할 것이다.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엄마 손에 이끌려온 이 청년을 밖으로 데리고 나올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우울증이라도 있으면 치료라도 할 텐데… 그 친구에게 고작 해준 말이 이것이다. “너무 집 안에 있지 말고 친구들도 만나고 해라. 그래야 엄마가 조금 덜 걱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