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1년 1월 22일 중국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25차 회의에서 통과한 개정 행정처벌법이 7월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법 제9조는 행정처벌의 종류를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고, 통보비평, 과태료, 위법 소득의 몰수, 불법 재물의 몰수, 허가증의 일시 압수, 자격 등급의 축소, 허가증 말소, 생산 경영 활동의 제한, 생산 조업 중단 명령, 폐쇄 명령, 영업 제한, 행정구류, 법률, 행정 법규가 규정한 기타 행정처벌이다.

제9조 6호는 법률, 행정법규 등이 규정한 기타 행정처벌이라는 앞의 조항들이 다 포섭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는 형식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조항을 ‘두저조항’이라고 한다. ‘두저’란 바닥을 샅샅이 훑어낸다, 즉 자세하게 조사한다는 말이다. 두저조항은 특정 법률 조문의 다른 조항들이 모두 포섭하기 어려운 일반적인 내용, 특히 현재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어렵고 미래에나 발생 가능한 사항에 대비하고자 만든 것이다. 보충규정 내지는 일반규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 행정처벌법처럼 같은 법조문 내에서 다른 조항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규 전체가 두저조항의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데이터 보안법, 네트워크 보안 심사 방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와 네트워크에 관한 여러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2021년 9월 1일부터는 ‘네트워크 제품 보안 공백관리규정(網絡產品安全漏洞管理規定)’이 시행됐다. 이 규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네트워크 제품의 제공자와 네트워크 운영자, 네트워크 제품의 보안상 취약점을 발견·수집·배포하는 조직·개인의 법적 의무와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관련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보안상 허점을 악용하지 못하게 바닥부터 차단하는 것으로, 법규의 전반적인 내용이 중국 데이터·네트워크 보안 법제의 공백을 메우는 ‘두저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저조항은 급변하는 현실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융통성 있는 입법 기술의 하나다. 현실 변화 속도를 법률이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법률 지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위에서 살펴본 행정처벌에 관한 두저조항은 중국에서 행정처벌은 전국인민대표대회나 그 상무위원회가 제정한 법률, 국무원이 제정하는 행정규칙에 근거해야만 하고, 지방정부가 제정하는 지방성 법규, 국무원 산하 부처가 만드는 부문규장에 의해서는 행정처벌을 임의로 부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중국 형법 제191조는 자금세탁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자금세탁의 행위에 관해 제5호는 ‘기타 방법으로 범죄 소득과 그 수익의 출처와 성질을 속이거나 숨기는 경우’를 들고 있다. 자금세탁 수단이 점차 정교하게 진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두저조항이다. 그런데 이러한 형법 규정에서의 두저조항은 죄와 형은 법률로 정하라는 형사법률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 행여나 두저조항이 남용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고, 법치의 근간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