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를 치료하려면 탈모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원형탈모를 치료하려면 탈모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해로운 물질이 침투하면 경보가 울리고 즉각적으로 면역체계가 발동된다. 체내 침입자를 없애기 위해 면역세포(B-림프구·T-림프구·대식세포 등)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면역세포는 혈액과 조직에서 이물질을 잡아먹거나 항체를 형성, 감염을 막아내 신체를 보호한다.

그런데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나 조직을 해로운 것으로 판단해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아군을 적군으로 판단해 공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루푸스(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질환, 원형탈모 등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원인이 불분명해 치료가 쉽지 않아 대부분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모낭 주위 염증 억제해 원형탈모 치료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원형탈모는 모발이 원형으로 갑자기 빠지는 증상이다. 흔히 스트레스가 원형탈모 원인이라고 많이 알고 있지만 사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원형탈모는 면역세포가 모발세포를 해로운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해 생긴다.

원형탈모는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달리 98%는 자연치유되거나 탈모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면 치유된다. 하지만 2%는 악화돼 모발 전체가 빠진다. 때로는 눈썹·속눈썹·체모까지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모두 빠진다. 이런 경우는 치료가 쉽지 않고 20%는 영구 탈모로 남는다.

원형탈모증의 치료 목표는 모낭 주위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주 간격으로 2~4회 주사하면 모발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모발이 완전히 재생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지만 완치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4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주사는 진피가 위축돼 주사 부위가 함몰되거나 모낭이 손상돼 영구 탈모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탈모 부위가 다발성이거나 국소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경우 조기에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원형탈모에 많이 쓰이는 면역억제제는 사이클로스포린이다. 이 약물은 면역세포의 하나인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 생성을 감소시킨다.

바르는 면역억제제로는 타크로리무스, 피메크로리무스가 있으며 주로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에 사용된다. 장기간 사용해도 스테로이드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외 DPCP(디펜시프론) 치료법이 있다. 이 방법은 원형탈모 부위에 DPCP를 도포해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을 일으켜 원형탈모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DPCP가 의약품이 아닌 화학물질로 분류되고 있어 원형탈모 치료법으로 허가된 방법은 아니다.

간혹 치료가 늦어지거나 예후가 나쁜 경우는 △어린 나이에 발병했거나 △모발이 소실된 부분이 점처럼 보이는 경우 △옆머리나 뒤통수의 가장자리에 발생하는 뱀 모양의 탈모 △손발톱 변형 수반 △아토피 발생 등이 있다. 일반 탈모와 달리 원형탈모는 질병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실손보험 청구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