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후보 선거 벽보. 사진 연합뉴스
제20대 대선 후보 선거 벽보. 사진 연합뉴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이번 선거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여러 개 붙는다. ‘역대급 비호감’ ‘역대급 박빙’ ‘역대급 네거티브’ 등. 친구들과 대화 중에 정치 비슷한 이야기만 나오면 바로 주제를 돌린다. 까딱 잘못했다간 말싸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대선이 끝나고 난 뒤의 후유증도 심각할 것 같다. 사회·정치적인 불안뿐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인 후유증도 걱정된다. 

문제는 적극적인 지지자들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문제없겠지만 상대 후보가 당선된다면 심리적 충격은 클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심리 반응이 나타난다. 우선 ‘부정’의 심리다.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 국민은 바보인가!’ 현실의 결과와 상관없이 내면의 심리는 그 결과를 부정한다. 그다음은 ‘분노’다. ‘정의’는 죽었고 ‘불의’의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니 다시 ‘정의’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다.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광장으로 몰려가 분노의 함성을 지를 것이다. 

세 번째 심리가 무기력이다. 온 마음으로 지지했고 정의가 이길 줄 알았는데 패배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열정은 차갑게 식고 의지는 사라지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된다. 오죽하면 상대방 후보가 당선되면 나라를 떠나겠다고 할까. ‘나라를 떠나겠다’는 표현은 부정, 분노, 무기력의 세 가지 심리를 다 포함하고 있다. 상대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정이고, 이런 결과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분노의 표시고 그리고 이 나라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의 표현이다. 이런 심리 상태가 지속되면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이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첫째 심리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 일상적으로 해왔던 거리 두기를 이제 심리적 영역으로 넓혀야 한다. 올림픽 같은 중요한 스포츠 게임을 볼 때 우리 팀이 승리했으면 하는 강한 집착을 조금 내려놓고 보는 경우가 있다. 패배했을 때 그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자기방어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라는 심리적인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다음이 수용이다. 어찌 됐든 새로운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으니 마음 아파도 인정해야 한다. 당선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상대방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어떻게 저리 뻔한 사기꾼을 못 알아볼까?’ ‘어떻게 불의를 정의로 착각할까?’ 하면서 상대방 지지자를 이해할 수 없다며 욕한다. 하지만 서로 피장파장이다.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불의와 불공정 그리고 나라를 망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도 정의와 애국의 마음으로 지지했다. 그러니 그들의 선택에도 나름대로 선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어야 한다.

‘역대급’ 대선이기에 선거 후에도 ‘역대급’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럴수록 새로운 대통령이 잘하기를 기대하고, 믿고 기다리는 포용의 마음이 절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