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 누이 펩시콜라 회장은 코카콜라를 ‘식음료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스파링 파트너’로 삼았다. 사진 블룸버그
인드라 누이 펩시콜라 회장은 코카콜라를 ‘식음료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스파링 파트너’로 삼았다. 사진 블룸버그

지금까지 나스닥에 상장한 다른 회사들의 성과와 비교하면 펩시는 경이적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 펩시 주식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면 한 주당 6600%의 가격 상승을 경험했을 것이다. 나스닥에 상장한 일반 기업의 상승률 1800%와 비하면 4~5배가 더 상승한 것이다. 배당금까지 계산하면 1970년대 가치의 1만2000배 정도 상승했다. 인도 출신 인드라 누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2006년부터 시작된 비만에 대한 거센 역풍과 설탕에 대한 대대적 규제를 생각하면, 경이적인 기록이다. 펩시는 아직도 콜라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에 뒤지지만 회사 전체 매출과 이익에서는 코카콜라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전통적 경영 전략과 초연결 시대의 신경영 전략과의 가장 큰 차이는 경쟁자에 대한 생각이다. 전통적 전략 경영에서의 범위는 산업이고 주체는 이 경계 안에서 활동하는 비즈니스 유닛이다. 경계가 분명한 특정한 산업군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비즈니스 주체가 누구인지가 가늠이 됐고, 이들이 물리쳐야 할 적이었다. 전통적 경영 전략에서는 산업군이 전쟁터다. 이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피지기의 손자병법에 대한 지혜가 필수다. 싸움에서 확실하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약점과 강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나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 나와 적에게 주어진 정보는 비대칭적이어서 정보력이 싸움의 승패를 좌우한다. 전통적 경영 전략의 존재 이유는 이 싸움터에서 적을 제압하는 것이다. 이겨야 할 적이 없다면, 경영 전략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전통적 경영 전략에서 상정하는 모든 싸움은 레드오션의 누군가는 반드시 피를 흘려야 이기는 싸움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연결된 것 사이에 의존성이 심화되는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자 적의 개념이 모호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초연결 시대 경제 질서를 만드는 융합과 플랫폼이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초연결 시대는 모든 것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연결된 것은 상호 의존성과 공유를 전제로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쟁자처럼 보이는 회사도 그 줄기를 파고들어 가면 같은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다. 겉모습만 보고 적이라고 규정하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져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융합되고 있는 초연결 시대에 펩시콜라는 코카콜라를 더 이상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코카콜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몰라도 누이가 이끄는 펩시는 콜라 전쟁에서 지는 한이 있어도 코카콜라를 공동의 생태계인 식음료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스파링 파트너로 삼았다. 이런 경영 환경 변화에도 콜라 시장을 놓고 코카콜라와 전통적 경영 전략을 토대로 전쟁을 벌였다면 펩시는 결국 나스닥 음료 시장의 많은 군소 회사 중 하나로 추락했을 것이다.


전체 최적화하는 게 리더의 역할

적을 적이 아니라 스파링 파트너로 재규정해야 하는 초연결 시대에서 새로운 전략의 동인은 무엇일까. ‘구약성경’의 사무엘상을 보면 자신을 일생의 경쟁자로 생각해 괴롭히던 사울 왕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윗은 대성통곡한다. 다윗은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사울을 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스라엘에 대한 믿음을 견고하게 만드는 좋은 스파링 파트너로 생각했던 것이다. 다윗이 사울을 스파링 파트너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울이 다윗을 자신과 같은 울타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스라엘에 대한 믿음이 사울을 같은 울타리를 공유하는 스파링 파트너로 만들었다.

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을 자신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스파링 파트너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신과 상대를 초월해서 엮어주는 제3의 더 큰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 제3의 객관적 존재로 작용하는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모든 것은 나나 상대만을 위한 부분 최적화로 막을 내린다.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는 목적에 대한 믿음의 울타리 안으로 상대를 초대할 수 있어야 한다. 누이는 ‘목적 있는 성과’라는 전략으로 회사의 모든 비즈니스를 목적을 달성하는 혁신 과정으로 최적화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의 역할은 목적을 복원해 구성원들이 본능적으로 몰입하는 부분 최적화를 넘어서는 일이다.

한때 인도는 도시에도 코브라가 많이 돌아다녀서 골칫거리였다. 코브라를 제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코브라 사체를 가져오면 돈을 줬다. 이런 정책이 발표되자 코브라를 기르는 농장이 생겼다. 농장에서 기른 코브라 사체를 정부에 납품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정부가 이를 알아차리고 정책을 중단하자 코브라 농장주들은 그간 기르던 코브라를 다 풀어줬다.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려는 정책이 시민을 괴롭히는 코브라 개체 수를 늘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고삐 풀린 코브라 현상이 실제로 조직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자 저성장 기조의 불경기가 심화되자 외부의 경쟁 상대를 향해 써야 할 전통적 경영 전략이 먹히지 않게 됐다. 전략을 잘 세워서 승리하면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싸움터가 사라질 것이다. 전통적 전략이 작동하지 않아 회사가 어려워지자 종업원들은 경영 전략을 처세술로 바꿔 동료들과 경쟁에서 이기고 자신이 살아남는 전술을 쓰기 시작했다. 전통적 경영 전략이 결국 구성원들을 살해하는 코브라 농장을 키운 것이다.

살기가 어려워지면 사람은 생존을 이유로 부분 최적화에 몰입해 같은 회사의 식구도 스파링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생각한다. 상대의 목표와 나의 목표를 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시키는 목적에 대한 믿음의 울타리가 무너졌을 때 생기는 일이다. 제대로 된 전략은 반드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목적에 대한 의도를 상실하면 전략은 서로를 죽이는 코브라를 길러내는 살상 무기로 전락한다. 제대로 된 전략은 현실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이해를 근거로 현실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목적의 지렛대다. 하지만 의도를 상실한 전략은 현실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과거에 성공한 전략에 현실을 꿰맞춘다. 이런 일이 지속되면 현실은 더욱 왜곡돼 상황을 악화시키고 결국은 키우던 코브라를 풀어주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 만연하고 있는 처세술, 갑질, 불공정성, 부패의 원천도 따지고 보면 경영자가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전략이었던 성장 일변도의 전략을 밀고나간 것 때문이다. 누이가 펩시에서 했던 것처럼 경영자가 비즈니스를 수행하며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를 복원하는 일에 매진할 때 구성원들은 같은 우산을 쓴 가족이라는 믿음으로 회사 일에 동참하기 시작할 것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성공을 구가하는 경영자의 새로운 경영 전략의 비밀이 여기 있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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