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심리적 증상뿐 아니라 건강을 해치고 면역력을 약하게 한다. 사진 셔터스톡
스트레스는 심리적 증상뿐 아니라 건강을 해치고 면역력을 약하게 한다. 사진 셔터스톡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일 때문에 힘들고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 넓게는 사회 환경도 스트레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창궐 등. 스트레스가 일상이니 그러려니 살아가지만 때로 견디기 힘들 때도 있다. 

스트레스는 대부분 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이런 현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심리적 문제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까? 그것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의 작용 때문이다. 부교감 신경이니 교감 신경이니 하는 것이 바로 이 자율신경계에 속한다.

자율신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신경으로 심장 박동, 호르몬 방출 등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자율신경은 심리적 자극으로 항진(亢進⋅병세가 심해짐)된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려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심하면 몸이 떨린다. 이렇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이 항진되어 신체에 문제를 일으킨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통 ‘열받았다’는 표현을 쓴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데 뜨거운 김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아두고 하염없이 끓이면 어떻게 될까? 터져버리거나 새까맣게 타버릴 것이다. 인간의 신체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열이 난다. 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두통도 생기고 소화도 안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초기 증상은 화병이다. 답답하고 화나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러면서 불안증이 온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안정이 안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무기력이나 우울감이 온다. 

스트레스로 인해 이런 심리적 증상만 생기는 게 아니다.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협심증, 고혈압, 소화불량, 위염, 피부 질환도 생기고 면역력도 약해진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까? 우선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별생각 없이 스스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만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선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스트레스받는 건 없는지 살펴보고 주변에 대한 관심과 간섭을 줄여야 한다. 또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에 대한 집착도 줄여야 한다. 전쟁 소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뉴스를 피해야 하고 정치적 이슈 때문에 열받는다면 그런 소식에 눈감고 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들어온 스트레스는 풀어내야 한다. 스트레스 종류와 상관없이 간단하게 푸는 방법은 악쓰고 소리치는 것이다. 끓는 주전자 뚜껑에 김이라도 빠지게 하는 것과 같다. 산속에 들어가 야호라도 외치든지 야구장에 가서 악이라도 써야 한다. 또 하나는 땀 흘리는 운동이다. 스트레스 독성물질이 땀과 함께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는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 그저 스트레스 때문에 속병 들지만 않아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