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지난 2월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어린 나이에 납치당해 시골로 팔려 간 중국 여성의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는 장쑤성 쉬저우의 한 농촌 마을로 팔려 간 뒤 아이 여덟 명을 낳고 쇠사슬에 묶인 채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 가고 있었다. 사건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인과 세계인의 큰 공분을 샀다. 이 사건 이후 중국은 공안부를 필두로 ‘괴매(拐賣)부녀아동죄 특별 행동 지도자 소조’를 출범시키고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괴매 부녀·아동 범죄에 관한 특별단속 기간으로 선포했다. 

괴매는 중국어로 ‘유인하여 판매한다’는 말로, 인신매매를 뜻한다. 중국 형법 제240조에 따르면 여성, 아동의 괴매란 ‘매매를 목적으로 여성이나 아동을 유인, 납치, 매수, 매도 내지 맞이하고 보내거나, 중개하는 행위 중 하나’를 의미한다. 또한 여성과 아동을 괴매하는 집단의 수괴, 3명 이상의 여성, 아동을 괴매하는 경우, 괴매한 부녀를 간음한 경우, 매매할 목적으로 폭력, 협박 또는 마취 등의 방법으로 여성, 아동을 납치한 경우, 여성, 아동을 외국으로 매도하는 경우 등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했다. 더불어 벌금 또는 재산몰수형도 병과(倂科·동시에 둘 이상의 형에 처하는 일)하도록 했다. 상황이 엄중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하고 재산몰수형도 병과하도록 했다.

2022년 3월 8일 오전 중국의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회의 제2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의 업무 보고가 있었다. 이날은 중국에서는 ‘부녀절(婦女節)’ 또는 ‘여신절(女神節)’이라고 불리는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했다. 최고인민검찰원은 업무 보고에서 사람을 납치해 판매하는 자들뿐만 아니라 그 매수자나 납치된 여성과 아동을 구조하지 않은 자, 구조 행위를 방해하는 사람도 함께 엄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최고인민법원은 이에 호응했다. 공공안전에 위해를 가하거나 일반 국민의 안전감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범죄나 여성, 아동, 노인을 해치는 등의 법률과 도덕적 한계를 넘어서는 범죄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죄를 물어 법에 따라 사형을 허가해 법치국가의 권위를 수호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실제로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는 국가다. 국가의 최고 사법기관이 사형제도를 엄정히 시행해 여성, 아동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 범죄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중국 당국의 의지는 결연한 상황이다. 3월 11일 열린 2022년 중국 양회 기자회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앞의 여성 납치 범죄 사례를 언급하며 국민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여성, 아동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 범죄를 근절시키라고 각급 지방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 국가에서 여성과 아동이 얼마나 보호받느냐 하는 문제는 그 국가가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중국 사회주의 정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여성의 지위는 중국에서 더 각별하다. 다만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중국 사회에서 해묵은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2021년에는 2013년에 비해 여성이나 아동에 관한 인신매매 사건이 88.3%나 감소했다는 중국 공안부 통계가 있다. 한 자녀 낳기 정책이 폐지되면서 중국의 인구 정책 변화도 범죄 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여성과 아동의 안전과 권리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은 지금 단단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