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던 우암 송시열은 83세까지 장수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수많은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던 우암 송시열은 83세까지 장수했다. <사진 : 조선일보 DB>

대유학자이자 노론의 영수였던 송시열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기골이 장대했다고 하는데, 83세까지 장수했다. 그것도 늙어서 여러 번 귀양을 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사약(賜藥)을 받고 죽음을 맞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90세 정도까지는 살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젊은 제자도 따르기 벅찼던 빠른 걸음

우암은 젊은 시절에 빨리 걷기를 많이 했다. 24세에 김장생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해 율곡의 학통을 물려받았다. 1년 뒤에 스승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김집 선생에게 배워 학문을 대성했다. 그런데 벗이었던 송준길의 권유에 따라 집을 회덕(懷德)의 송촌(宋村·은진 송씨 집성촌)으로 옮겨 그와 같이 공부했다. 회덕에서 스승이 계신 연산(連山)까지는 50리나 떨어져 있었기에 매일 100리 길을 걸어다녔다. 그 덕에 다리가 무척이나 튼튼해졌다. 그 바람에 넓은 개울이나 도랑을 거의 평지같이 걸어 다닐 정도였다. 늙어서 산수 유람 다닐 때는 문하생들이 미처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한다.

우암의 부지런한 삶은 68세에 함경북도 덕원으로 귀양갔을 때의 일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마음이 아픈데다 북방의 겨울이라 무척 추웠기에 건강이 나빴지만 하루 종일 방 안에 앉아 책을 읽었다. 혹독한 시련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저술에 몰두해 3년간의 고심 끝에 72세의 나이로 <주자대전차의>라는 책을 완성했다. 치질에다 가래·기침 등 악화된 건강 상태와 싸우며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거의 쉴 틈도 없이 매달렸다고 한다.

우암은 아주 가난했기에 산나물로 만든 몇 가지 반찬이 고작이었고, 때로는 끼니를 굶기도 했다. 평소 소식하는데다 밤 늦게 귀가하면 저녁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담배는 해롭다 해서 피우지 않았고, 젊은 시절부터 술과 여자를 멀리했다. 80세 가까이 돼도 머리카락에 윤기가 있어 제자들의 탄복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다. 또 정신건강에 남다른 주의를 기울였고, 가난한 살림이었으나 편안함을 즐기는 자세로 지냈다. 그랬기에 수많은 선비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마음 건강의 달인’이었다.

우암은 늦게 벼슬살이를 시작했고, 관직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27세에 생원시에 장원급제하고, 29세에 봉림대군의 사부로 임명됐지만 곧 병자호란이 일어나 산속에서 지냈다. 43세 때 봉림대군이 효종으로 즉위하자 관직에 임명됐지만 이후로 무려 28회나 취임과 사퇴를 반복했다. 52세 때 이조판서가 됐고 북벌 계획에도 깊숙이 관여했지만 다음 해에 효종의 갑작스러운 승하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62세에 우의정에 올랐으나 허적(許積)과의 불화로 사직했으며, 65세에 잠깐 우의정·좌의정을 지냈다. 만약 골치 아픈 벼슬살이를 계속했더라면 장수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절간에서 독서하기를 좋아했고, 산천 유람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충북 괴산군에 있는 공림사, 속리산에 있는 고산사와 서대사, 진산에 있는 청림사에 들어가 세속의 번다함을 피해 책을 읽곤 했다. 충북 황간의 냉천리에 초당을 지어 이주했는데, 산 높고 계곡 물 맑은 곳이었다. 사색과 독서하기에 좋은 환경이면서 건강에도 좋은 여건이었다.


중년에 즐겼던 구기자와 국화

우암은 47세에 현재의 대전시 동구 소제동에 띠로 지붕을 이은 집을 지었다. 주위에 구기자와 국화가 무성해 사람들이 ‘기국정(杞菊亭·우암사적공원 내로 옮겨져 있음)’이라 불렀다. 구기자차와 국화차를 마시고 국화향을 맡았을 것인데, 우암은 처방·침구·향약요법 등을 수집해 <삼방촬요(三方撮要)>를 저술했을 정도로 다년간 한의학을 연구했다.

구기자(枸杞子)는 구기자 나무의 열매로 신장과 간장의 음기를 보충하는 효능이 많은 보약이다. 몸이 쇠약하고 어지러우며 눈이 침침해지는 경우에 좋으며, 근육과 뼈·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귀를 밝게 한다.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 국화는 두통·눈병 등을 치료하고 중풍을 예방하며 신장의 음기를 도와 노화를 억제한다.

진시황이 동해의 봉래섬에 가서 구해 오게 했던 불로초가 구기자였다고 하는 설이 있다. 한의서에는 ‘구기자를 오래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하며 얼굴색을 좋게 해 동안이 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구기자를 위주로 한 ‘구기환동환(枸杞還童丸)’이라는 처방도 있는데, 환동은 아이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Plus Point

마돈나가 구기자를 먹는 까닭

마돈나 등 스타들이 구기자를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돈나 등 스타들이 구기자를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기자는 서양에서도 인기가 높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마돈나, 엘리자베스 헐리, 미샤 바튼, 케이트 모스 같은 스타들이 구기자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그러자 영국과 미국 여러 건강식품 전문점과 수퍼마켓에서 구기자가 불티나게 판매됐다고 한다. 마돈나를 비롯한 스타를 보면 전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군살이 전혀 없는 날씬한 몸매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구기자라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구기자를 즐겨 먹는 것은 영양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다 약효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구기자에는 비타민 C가 오렌지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

암 예방에 뛰어난 베타카로틴도 당근보다 많으며 필수아미노산·미네랄과 혈관 강화제인 루틴이 들어 있다. 실험에 의하면 구기자는 체지방 증가 및 지방세포 증식·분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 면역력을 강화한다. 또 지방간과 간 손상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그리고 강력한 항산화 활성으로 성인병과 노화를 억제하며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것도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