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세가 된 김 팀장은 오늘도 야근했다. 늘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 음료를 달고 산다. 오늘 마신 커피가 여섯 잔에 이른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몰려드는 피로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주말 퇴근 후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셔츠 단추를 푸는 손이 떨렸다. 언젠가부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손이 심하게 떨린다. 물을 따르거나 숟가락질을 할 때도 손떨림이 있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킨슨병, 초기에 증상 없어 발병 확인 어려워

김 팀장이 현재 겪고 있는 손떨림은 카페인 과다 복용과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한 데 따라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방치했다가는 수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신경퇴행성 질환이란 신경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소멸해 뇌기능이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뜻한다. 파킨슨병은 주로 예순이 넘어서 발병하지만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은 확정 진단을 받기 몇 년 전부터 가벼운 증상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다.

파킨슨병은 발병 초기에 특이 증상이 없어 발병 여부를 알기 어렵다. 쉽게 피곤하고 힘이 없고 팔다리·허리가 아프거나 불편하고, 기분이 쉽게 상하고, 화를 잘 내거나 우울해지거나 얼굴이 굳어 화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기에 접어들면 식은땀이 나거나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변비가 심해진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팔 움직임이 줄어들거나 발을 끌며 걷거나 하는 증상들이 생긴다. 이후에 행동 반응이 둔해지면서 이런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김 팀장은 아직 이 같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파킨슨병이 오고 있다고 단정 지을 근거는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언젠가 파킨슨병에 걸릴 수도 있다.

파킨슨병이 무서운 것은 치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발병 후 평균 8년이 지나면 치매로 발전한다. 치매가 먼저 오고 파킨슨병이 나중에 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루이바디 치매라 한다. 두 경우 다 증상의 기복이 심하고 헛것이 보이는 증상이 특징이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수록, 가족력이 있을 경우, 여자보다 남자, 제초제에 노출될 경우,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경우, 엽산이 부족한 경우, 머리를 자주 다치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

국내에 유통되는 커피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며,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와 제초제를 많이 쓰는 작물로 악명이 높다. 제초제를 사용해 재배한 커피를 장기간 과다하게 마시면 파킨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커피는 파킨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하지만 커피는 기본적으로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